매화 꽃잎 떠날 때

by 푸른향기


난 네가 시달려서 아프다

너는 품속에 있던 꽃잎을 눈물처럼

툭 떨어뜨린다 실핏줄같이 연한 빛깔, 웅크리고 있던 분홍 고집이 흘러나온다

널어놓은 빨래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담장 너머 보리밭

일제히 흰 등을 보이며 넘어진다

그러자 너도 꽃잎 두어 개를 뜯긴 듯 날려 보내고 부르르 떨고 있다

두렵거나 불안할 일은 아니다 잘 살 거다

꽃잎 떠난 옆자리

뾰족뾰족 새순 내밀면서

둥근 자리 채워갈 거다 나의 일도 꼭 너와 같겠으나

다만 떨어져나갈 때마다 생기는 공허

울음 뒤에 오는 딸꾹질처럼

꺽꺽 대며 오늘은 견디고만 있다




꽃이 일찍 피나 싶더니 한 차례 비바람이 불자 꽃잎이 다 뜯겨나갔다. 시들기 전에 바람이 앗아간 꽃잎들이다. 마치 준비 안된 때 억지로 떠나는 사람 마냥 그 모습이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봄이 마냥 환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몇차례 꽃샘 추위가 오고, 하필 비바람도 거세게 불곤 한다. 그래야 어느날은 정말 하늘 맑고 공기 따뜻한 봄이 오고야 마는 것이리라. 우리네 삶도 그러한 것. 나는 다만 지금 비바람 불고 꽃잎이 사방에 떨어져버리는 낙담과 절망을 견딜 뿐이다. 잊지 않는건 늘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어느날엔 청명한 마음이 열린다는 것, 아니 원래 하늘은 참으로 청명한 것이라는 것,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깨알같이 박혀 있듯이, 지금 보이지 않는 것들은 원래 다 실재해 있는 것이라는 거, 그걸 잊지 않는 노력을 해본다. 떨어진 꽃잎이 무사히 안착하기를 바래보는 봄날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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