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하늘을 덮고
낮은 어제보다 1cm 길어졌네
저녁은 어느새 어둔 낯빛을 하고는
제비꽃 모가지처럼 안으로 수그러지네
봄 꽃씨들이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이나
마당에서 빨래가 말라 가는 것이나
명태 덕장에서 서리 맞은 명태가 언 채로
여러 번 굳어가는 것이나
무엇이든 떠난다는 것은
늘 그립고도 아픈 것이었네
아무것도 없는 마음이라는데
이미 떠난 것인 줄도 모르는데
그러나 혼자 붙들고 있는
저 거센 바람의 흔적
언덕 위 돌벼랑
겨울 지난 떡갈나무의
외로 감기 자세여!
겨울 어느 날 산을 오르다 벼랑 끝에서 떨고 있는 떡갈나무를 보았다. 떡갈나무의 잎은 마르고 딱딱했다. 활엽수들이 다 떨어진 산등성에서 떡갈나무만 아직 잎을 매달고 그 딱딱하고 마른 잎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잎은 한결같이 한쪽 방향으로 말려 있었다. 그 굳어버린 자세가 명태 덕장의 명태와도 같았고, 굳어 있는 내 마음과도 같았다. 그래서 오래도록 그 풍경이 마음에 남아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