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향기를 흩어갈 때

-이별에 대하여

by 푸른향기

영혼 하나가 꽃처럼 세상에 와서

그 향기 희게 부서지기까지는

약 백 년이 걸렸다

가끔은 화려했고

먼먼 어릴 적에는

-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

봄날 물 오르는 수양버들 같은 꿈을 갖기도 했는데

한 때는 바람 핀다는 아버지에게 온갖 욕을 해대며

추하게 늙어가기도 했고

또 한 때는 정신병동에 갇혀 틀니도

보청기도 빼앗기고

어린애처럼 머리가 밀려 있기도 했고

다 잊어도 아들 이름 딸 이름은 안 잊고

칠 년을 요양병원에서 보냈는데

그 세월 참 징해라

전염병 때문에 면회 오는 가족 발걸음이

끊긴 지 일 년이 넘자

스스로 목숨이 사그라진

엄마,

매홧잎이 누렇게 오그라든 틈으로

코를 들이밀자 바람이 어느새 파고들어

내 숨보다 먼저 향기를 흩어가는데

백 년쯤을 살아서

돌덩이처럼 차갑게 식어있던

아흔일곱 살 울 엄마

다시는 꽃피우지 말고

잘 가세요 엄마, 엄마,





- 엄마가 돌아가셨다. 코로나 때문에 1년 동안 보지를 못했는데 가셔 버렸다. 구십 넘게 오래 사시는 게 복이 아니고 욕이란 걸 절절히 느끼면서도 막상 돌아가시니 눈물이 쏟아지고 외로워진다. 엄마는 일본도 겪고 6.25도 겪고 못살았던 시대도 겪고, 시집와서 자식 일곱에 시동생까지 여덟 명을 키우셨다.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한평생을 살아냈구나, 자식이 다 크자 자식 서운하지 않게 오래오래 사시느라 치매도 안은 채 오래 버티셨구나... 봄이 오고 있다. 봄 향기 속에 엄마가 있는 듯해서 매화 꽃잎에 한참 코를 대고 있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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