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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향기 Aug 09. 2021

한 번은 꼭 가봐야 했던 깨달음의 나라, 인도에 가다

-델리 공항에서바라나시까지

  먼지, 경적, 안개, 가난.

 그리고 구걸하는 아이와 차가운 아침 공기, 따뜻한 짜이 한 잔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왜 그곳에 가려했는가. 맨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마음, 무엇으로도 즐겁지 않던 하루, 늘 떠나지 않는 생각, 드디어 나를 붙잡아버린 강박, 불면의 공포...그것들이 인간의 밑바닥을 만나면 무언가 왈칵 터지는 것이 있으리라 예측했다. 사람들이 그랬다. 거기를 뭐하러 가냐고. 뭐하러 힘들게 고생을 돈 내고 사서 하느냐고.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 문제없음을 보러 간다고. 역시 그 대답은 맞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인도는 말해주고 있었다. 문제 될 것이 없음을. 모든 것은 그냥 존재한다...     

 


-공항에서 하룻밤

  델리 공항에서 바라나시로 들어가는 항공기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면세점이 즐비한 복도에 은박지를 깔고 침낭을 깔았다. 여러 명이 단체로 노숙 자리를 펴니 그것도 가히 장관이라 할만했다. 공항 관계자가 나와서는 자리를 치워달라고 하고, 우리는 그렇게는 못한다고 캐리어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버텼다. 몇 사람은 일찌감치 누워서 자는 시늉을 했다. 누워서 자는 사람을 어찌하겠냐며. 드디어 공항 측에서 대안을 내놓았다. 먼저 탑승구로 들어가라고. 예정시간 상관없이 들여보내 주겠다고. 한 시간을 버티던 우리는 사람들이 오가는 면세점 앞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탑승구 안으로 짐을 옮겼다. 난생처음 해보는 노숙 때문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까보다 훨씬 쾌적하다는 사람들 감정 속에 나도 섞이고 말았다.


과연 그곳은 충전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의자도 있었고, 무엇보다 구석진 곳이라 훨씬 아늑했다. 의자와 의자 사이에 침낭을 깔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올 리가 없다. 붕붕 떠다니는 아득한 생각.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 발소리, 말소리, 전화 소리, 또 무슨 확성기 소리... 그러다 잠깐잠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같이 잠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죽음을 생각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붙들고 있었던 것이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훨씬 가벼워진다.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죽을 거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낯선 나라, 노숙의 침낭 속에서 난 갑자기 예기치 않는 자유를 맛보았다. 제대로 알면 자유도 알게 될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는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난 자유다"라고 적혀있다 했다.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을 때 자유가 찾아오는가 싶다. 아무것도 욕망하지 위해 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인도는 그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자유를 얻기 위한 첫 출발지였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기 위해서 자유를 꿈꾸다니... 어느새 코를 골며 자는 사람들도 있고, 몇몇은 주섬주섬 일어나 가방을 뒤져보고 있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 샤르나트 녹야원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바라문 우파카에게 답하셨다.

  “나는 일체를 깨달은 사람이고, 일체를 능히 아는 사람이다.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아 어떤 것으로부터도 오염되지 않아 망집과 욕망에서 벗어난 해탈자이며, 모든 번뇌를 항복받고 사악한 세력과 싸워 이긴 승자이다.”


  망집과 욕망에서 벗어난 해탈자! 내 생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언감생심. 다만, 그러했던 분의 말을 듣고 그처럼 따라 해 보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조금 따라 하기도 힘이 너무 든다.


지금 먹고 있으면서도 그다음 먹을 것을 생각하고, 지금 입에 음식이 들어있어도 그다음 한 입을 생각하고 젓가락이 입보다 먼저 나가지 않는가. 먹는 것도 욕망, 자고 싶은 것도 욕망, 입고 싶은 것도 욕망, 이쁘게 보이고 싶고 이쁜 사람 앞에서는 기가 죽는 욕망, 어떻게 보면 하루가 욕망으로 이어지는 시간들 아니겠는가. 당장 어젯밤의 수면 부족과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내 얼굴은 많이 일그러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소한 16박 17일은 그것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연습을 해보는 거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 설법하셨다는 녹야원에 왔다.  탑은 벽돌로 되어 있다. 탑은 뾰족하고 돌로 되어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곳이었다. 탑은 날카롭지 않고 둥글넓적했다.


 고타마는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의식주의 화려함을 버렸다는 뜻. 그 당시 인도 사람들은 얼마나 더 못살았을까. 왜 고타마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은 도와주지는 않고 본인의 정신적인 해탈을 위해 출가를 했을까.


어쨌든 한 인간이 의식주의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은 내 얽매이고 있는 것들에서도 놓여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버릴 수 있다는데, 그다음 일어나는 온갖 괴로움은 당연히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한 인간이 실제로 보여주었다는 것. 버릴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 어리석음을 깨닫기까지는 좀 멀었지만,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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