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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01. 2024

안녕! 떡볶이

나를 담은 음식

나에게 음식은 마음과 추억이다.

음식에는 요리하는 사람과 먹는 이의 마음이 담겨 있고, 그 시간과 같이하는 사람들의 추억이 함께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각난다.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열심히 하루를 보낸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우리 모두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즐겨보자. 음식에 마음과 추억을 담아보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오늘 당신의 마음을 채워 줄 음식은 무엇일까?



빨간 양념 속에 가래떡을 콕 찍었어. 매콤 달콤한 맛이 부채질하는 거야.

꿀꺽 넘기는 순간 입안에 불이 났어. 화~ 흐르는 매운 눈물로 겨우 불길 잡았어.


시 박형숙. 그림 채인화 <동시 한 접시 드실래요?> 중에서.



빨간 국물에 버무려진 파와 양배추. 어묵과 하얀 가래떡. 그리고 달걀 한 알.

나에게 떡볶이는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동네친구 같다.

초등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기억 속 100원짜리 떡볶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


학교 앞에는 항상 분식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분식집의 주인공은 언제나 떡볶이였다.

초록색 접시 위에 빨간 양념.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서 만나는 떡볶이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때는 단순히 떡과 어묵 몇 개만 들어있을 뿐이었는데 왜 이리 맛있어 보이던지.

용돈의 대부분을 떡볶이를 사 먹는데 썼을 것이다.

나의 기억 속 분식집에서는 항상 커다란 철판이 끓고 있었다.

철판에는 밀가루 떡과 어묵, 달걀이 빨간 양념에 졸여지고 있었는데

그 순간을 잘 맞추면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다.

1인분에 떡과 어묵을 개수에 맞춰 담아주던 분식집은 내가 학교를 가는 이유 중 하나였다.


중ㆍ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떡볶이는 나에게 조금 다른 의미가 되었다.

떡볶이가 친구들과의 수다 시간에 먹는 음식이 된 것이다.

하굣길뿐만 아니라 점심시간과 야자를 땡땡이치는 순간에도 떡볶이를 찾았다.

왜 떡볶이였을까 조금 의문이 들지만 그냥 친구들과 먹기 친근하고 습관과도 같은 음식이었던 것 같다.

떡볶이와 함께한 그 시간들은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떡볶이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통 강자는 여전히 철판 떡볶이였지만 즉석 떡볶이와 뚝배기 떡볶이가 유행하였다.

들어가는 재료도 많아져서 떡볶이가 더욱 풍부해졌다.

즉석 떡볶이는 사리를 추가하는 재미가 있었고

라면 사리와 나중에 먹는 볶음밥은 우리의 배를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뚝배기 떡볶이는 다른 학교 앞에 유명한 곳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뚝배기에 떡볶이가 담아 나오는 것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떡과 어묵이 들어 있고 삶은 달걀과 핵심인 쫄면 사리가 같이 나왔다.

다 먹은 후에 조금 부족하면 공깃밥을 양념에 말아먹기도 했다.


대학생이 된 나는 떡볶이를 예전만큼 찾지 않았다.

너무 자주 먹어서 조금 지겨웠다. 그리고 조금 유치해 보였다.

어른이 된 나에게 새로운 것들과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늘어났고 떡볶이는 늘 먹던 떡볶이였으니까.

그러는 사이 떡볶이도 변화했다.

분식집 떡볶이 대신 이름을 내건 체인점 떡볶이가 늘어났다. 맛도 점점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이 커졌다.

더 이상 예전의 떡볶이가 아니었다. 내가 아이에서 어른이 된 것처럼 분식에서 정식요리가 된 듯했다.

지금은 못 먹어본 맛이 더 많을 정도로 성장한 떡볶이를 보며 신기한 마음 반 아쉬운 마음 반이 든다.

가끔 떡볶이가 먹고 싶어 주문을 하면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좋다가도

추억 속에 떡볶이가 생각나면 그때 그 맛을 찾을 수 없어 섭섭해진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나에게 떡볶이는 등교의 이유이자 친구들과의 수다였다.

그리고 지겹기도 유치하기도 하지만 추억을 담고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늘 함께했고 나처럼 변해왔다. 이 정도면 우리는 세월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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