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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08. 2024

안녕! 튀김, 순대 그리고 핫도그

나를 담은 음식

학교 앞 분식집에는 언제나 떡볶이와 함께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튀김과 순대, 핫도그였다.

메인은 주로 떡볶이였지만 그날그날에 따라 주인공이 바뀌기도 했다.

매콤한 빨간 양념의 떡볶이와 바삭한 튀김. 김이 나는 찜통에 들어있는 순대. 

그리고 하얀 설탕과 케첩을 입힌 핫도그. 

그 넷은 마치 분식집의 사총사 같다.


분식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떡볶이와 튀김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둘의 맛에 따라 음식을 잘하는 곳인지 아닌지 결정 나기도 했다.

주머니가 여유 있는 날이면 떡볶이와 함께 튀김도 같이 먹을 수 있어 신이 났다.

커다란 떡볶이 철판 옆에 놓인 각 종 튀김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오징어 튀김이었다.

오징어 튀김은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서 늦게 가는 날이면 다 떨어져 못 먹는 날도 있었다.

작지만 질기지 않고 쫄깃한 식감. 내가 좋아하던 학창 시절의 오징어 튀김이다. 

그리고 요즘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다.

대왕 오징어로 크기는 커졌지만 맛의 깊이는 좀 떨어진 느낌이랄까. 

여전히 오징어 튀김은 좋아하지만 그때 그 맛은 아닌 듯하다.

그 맛이 그리워서 튀김을  잘하는 가게를 찾아봐도 예전 같은 맛을 내는 곳이 거의 없다. 

아쉽게도 대왕 오징어 튀김 아니면 일식 튀김이다.

변해가는 환경에 찾아보기 힘들어져 가는 추억의 음식. 이제는 그리움과 함께 질겅질겅 먹게 된다.  


떡볶이와 튀김을 먹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튀김을 떡볶이와 함께 범벅해서 먹거나 따로 먹거나. 이 방법들은 늘 분식집의 논쟁거리가 되었다.

나는 튀김의 바삭함을 좋아해서 범벅해서 먹지 않는 파였다. 

하지만 취향이 다른 친구들이 있어서 매번 분식집을 갈 때마다 선택해야 했다.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떡볶이와 튀김을 즐길 것인지를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징어 튀김은 다들 좋아해서 꼭 시켰다는 것이다.

즉석떡볶이가 유행하고 체인점 가게들이 늘어나도 떡볶이와 튀김의 논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내가 분식집에서 순대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이다.

순대를 떡볶이 양념에 범벅해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였다. 

나는 튀김과 마찬가지로 양념에 범벅된 것보다 그냥 먹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당면 순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진 않았다. 짭짤한 소금에 찍어 먹는 쫀득한 식감. 

순대가 주는 맛은 그것이 전부였다.

어른이 되고서도 순대를 즐겨 찾지 않았던 나는 결혼 후 다시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순대를 마주해야 했다. 남편이 당면 순대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와 순대의 인연은 또다시 시작되었다.


핫도그는 내가 좋아하는 분식이다.

바싹한 겉에 하얀 설탕과 케첩을 묻히고 안에 들어있는 소시지를 먹는 맛은 

요즘 유행하는 단짠의 정석이다.

처음 핫도그를 먹었을 때는 분홍 소시지가 들어 있었다. 아주 작게.

겉의 밀가루 반죽을 야금야금 먹은 후 마지막은 분홍 소시지였다. 

마치 분홍 소시지를 먹기 위해 통과해야 할 과정 같았다.

후에 작은 분홍 소시지 대신 긴 소시지가 들어 있는 핫도그를 먹게 되어서도 그 과정은 똑같았다.

내가 핫도그를 먹는 방법이다.

학창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빨리 먹고 후문에 있는 핫도그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교실로 돌아오면 입가엔 항상 설탕가루가 묻어 있었다. 

핫도그는 누가 먹었는지 알기 쉬운 음식이었다.

지금은 핫도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들이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파는 가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핫도그를 파는 가게 앞은 긴 줄이 서 있기도 한다.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사 먹기 힘든 음식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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