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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Sep 12. 2024

카페에서

끄적거림

내가 카페에 와서 글을 쓰게 되다니.

어색하지만 새롭다.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왠지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래서 환경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다들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나 작업이 잘 되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새로운 환경을 찾아온 사람들일까. 궁금해진다.

오늘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카페에서 나는 어떤 영감을 받아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온 김에 커피에 관한 글을 써볼까.

고요한 어둠이 찾아오면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주변이 조용해지는 밤은 글을 쓰는데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다.

방은 왠지 외로우니 거실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거실은 집에서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이 되었다.

책상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하지만 글이 잘 써진다면 이 정도는 참기로 했다.

익숙한 환경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안정적인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요즘따라 똑같은 공간에서 계속 글을 쓰자니 조금 지루해진다. 왠지 내 글도 지루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새로운 곳을 찾아야겠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느낌이 필요하다. 카페에 한번 가볼까.

카페에 오니 음악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방해라면 방해이고 새로운 자극이라면 자극이 된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은 느려지고 귀는 자꾸만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음악으로 이끌려간다.

앞의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지금 나오는 음악의 제목은 무엇일까. 저 사람은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주변이 궁금해진다.

내가 글을 재미있게 잘 쓴다면 이곳의 모습들을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다. 글로 한번 써보고 싶다. 생각보다 지금 이 시간이 즐겁다.

오! 지금 이 음악처럼 글을 리듬감 있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내 글의 진도는 나가고 있지 않지만 주변의 모든 이야기가 글 쓰는 사람에겐 소중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위로해 본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많다.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인가 보다. 앞의 아이는 같이 온 엄마에게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숙제를 하나보다.

엄마는 핸드폰을 보고 있다. 카페에 있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누구와 연락 중인 걸까, 심심해서 핸드폰을 보고 있을까.

지금 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카페에서 핸드폰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친구와 남편 대신 핸드폰과 함께하는 카페 데이트를 말이다.

저 여자분은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공부 중이다. 여러 소리가 가득한 시끄러운 카페에서 집중이 될까. 나는 힘들 것 같다. 익숙해지면 괜찮으려나.

아니 나는 그냥 주변을 구경하는데 더 집중할 것 같다.

커플들은 알콩달콩 대화중이다. ‘좋을 때’라며 부러운 맘을 감춰본다. 남편이 보고 싶네.

그러고 보니 신기하다. 카페에 한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스 음료를 마시고 있다. 나도 그렇다.

문득 겨울은 아니지만 얼어 죽어도 아이스, ‘얼죽아’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늘은 습하고 더우니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시원한 게 필요한 가을의 어느 날이다.

지금은 재즈 음악이 나오고 있다. 음악이 경쾌하다.

카페에 오니 새롭게 느껴지는 일들이 많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처럼 내 마음도 글도 같이 활발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내가 꾸준히 집중해서 글을 쓰기에는 조금 힘든 것 같다. 재미는 있지만 주변 구경에 글의 속도는 잘 나지 않는다.  

가끔 새로운 것이 주는 설렘이 좋다. 하지만 익숙한 것은 언제나 소중하다. 벌써 글을 쓰는 거실의 한편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고요함도 그립다.

그래도 카페가 글을 쓰는데 재미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았으니 자주 오겠지. 이곳도 익숙해질 날이 오겠지.

카페에서 오늘 나는 새로움을 잔뜩 얻어 간다. 즐거운 글쓰기 시간이었다.

남편이 퇴근 후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오늘은 설레는 날인 가보다. 글은 집에 가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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