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냥이의 본능

내가 뭘 잘못했냐고요?

by 헬레나

베리가 우리 집 막둥이가 된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내 평생 처음으로 애완동물과 살게 되었다. 처음으로 냥이집사가 되었다. 그사이에 나는 베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베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고양이들을 보통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면 도망간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면 제일 먼저 문 앞에 나와 다리에 비비며 환영의 인사를 한다. 도둑이 들어와도 반갑게 환영할 녀석이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파티가 이어질 때도, '파티는 놓칠 수 없지'라는 듯 거실 한구석에 앉아 몰아치는 잠을 참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진정한 개냥이다.


베리는 기분이 좋을 때 침을 질질 흘린다. 베리가 좋아하는 얼굴마사지를 해줄 때면 콩알만 한 침방울들이 내손 위에 후드득 떨어진다. 누군가 침 흘리는 모습이 귀여워 보일 수 있다는 걸 난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베리는 멜론을 좋아한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일이다. 부엌에서 멜론을 자르고 있으면, 어디에 있었는지 쏜살같이 나타나서 내 다리옆에 바짝 붙어서 빨리 달라고 야용야용 보챈다. 이제 나는 장 보러 가면 멜론부터 집는다.


베리는 소리 지르는 사람을 안 좋아한다. 특히 남편이나 내가 아이들을 꾸중할 때 언성이 높아지면, 이 녀석은 정의의 사도 슈퍼맨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 등을 세게 훅 치고 도망간다. 그러면 나는 정신이 번쩍 든다. ‘아! 내가 또 소리를 지르고 있었구나’하고.

'도대체 아이들한테 뇌물을 얼마나 받은 거야?'

저 녀석 귀신처럼 형아들을 지킬 때면 신통방통하다.


요즘 집안에만 갇혀있던 베리를 앞마당으로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한번 오후에 한번 하루에 두 번씩 데리고 나온다. 아침에 정신없이 두 아들들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나면, 베리는 이제 자기 차례라고 현관 앞에서 야옹야옹 울면서 재촉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데리고 나올걸.


그런데 나는 곧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이 녀석이 야수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생쥐를 입에 물고 의기양양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와 맞다. 너 고양이였지. 그럼 쥐는 못 참지. 잘했어 베리야” 그리고는 쏜살같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 이후의 뻔한 장면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이번에는 작은 새를 입에 물고 있었다.

"Oh NO! 안 돼 새는 안돼!"

“아니, 날아가는 새를 어떻게 잡았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하지만 새는 잡으면 안 돼, 베리야.”

안타깝게 새는 이미 죽어 있었고, 나는 땅을 파서 묻어줬다.


그런데 오늘은 하다 하다 글쎄 새끼토끼를 잡아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입에 물었다가 나줬다를 반복하며 잔인하게…

”안돼!”

나는 베리가 입에서 잠깐 놓아준 틈을 타서 잽싸게 달려가 베리를 번쩍 들어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 다행히 토끼는 달아났다. 상처를 입었을 텐데 부디 많이 안 다쳤기를…


아니 태어나서 집안에서만 산 이 녀석, 집고양이 맞아? 본능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다.


더 이상의 살생을 방관할 수 없어서 오늘부터 목에 긴 줄을 매달아서 벤치에 묵어놨다.

"어쩔 수 없어, 베리야. 네가 바깥에 나오고 싶으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이 마당의 평화를 위해서."


베리는 저쪽으로 걸어가다 줄이 댕기자 멈춰 선다. 다시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겨보지만 줄이 팽팽히 당기고 있다. 한숨을 푹 쉬더니 내쪽을 쳐다본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라며 야옹야옹 항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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