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이 처음이 아니라
바쁜 남편이 일하러 나간 어느 토요일. 아침부터 혼자서 두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점심을 먹인 후 둘째 낮잠을 재우고 나서야 겨우 여유가 좀 생겼다. 큰 애와 갖는 오랜만의 단둘만의 시간. 내일 친구생일파티에 초대받았는데 그 친구에게 줄 생일카드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 친구가 축구를 좋아한다며 열심히 축구공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크레파스통에서 몽땅 크레파스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한참을 열심히 그리던 큰 애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엄마, 내가 이곳에 태어나기 전에 뭐였는지 알아?”
나는 뜬금없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 “글쎄 잘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했다.
"있잖아, 나는 공룡이었어"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옛날옛적 이 지구에 사람들이 살기 훨씬 이전에 공룡이 살았었어. 그때 나도 있었어. 공룡이었어. 그런데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 거야."
아니, 여섯 살 꼬마 녀석이 벌써 윤회를 말하는가?' 저런 얘기를 해 준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들은 거지? 아님 정말 순전히 큰 애의 상상력 속에서 나온 얘기인지 정말 궁금해졌다.
"와 그랬구나. 엄마는 몰랐었네"라고 대답을 해줬다.
"엄마, 사람은 죽으면 천당에 갔다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거 알아?"
"정말? 죽어서 천당에 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나는 대답했다.
“그런데 나는 천당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라고 고개를 떨구고 시무룩하게 말했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내가 착한 사람인지 모르겠어”라고 답하는 것이다.
그 말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요즘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뭐든지 NO라고 대답하는 통에 큰 애를 자주 혼냈었다. 그래서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나? 미안함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제 여섯 살, 완전 개구쟁이로만 알았던 이 녀석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야. 넌 아주 착한 사람이야. 엄마가 장담하는데 너는 꼭 천당 갈 거야”라고 힘줘서 말했다.
그런데 큰 애는 내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축구공색칠에 빠져 있다.
오늘 하루종일 큰 애의 천당이야기에 내 귓가에 맴돌았다. 아이들은 가끔씩 부모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어떨 때는 100세 현자의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