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선택적 비혼모
요즘 한국에서 한 방송인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아 화재가 됐다고 들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 세상이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이런 일들이 좀 더 흔하다. 다양함의 종합백화점인 미국에서는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 내 주변에도 선택적인 비혼모가 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안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내가 그 친구를 아는 동안 그녀는 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고 소원했었다. 그리고 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항상 결혼이란 문턱 앞에서 좌절하곤 했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은 누구를 만나는 거 같지도 않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더니 며칠 전에 멕시코를 다녀왔고 그 여행의 목적은 시험관시술 상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이를 낳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한동안 내 접시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결정을 했네.”
그녀는 1년 정도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서 임신할 수 있는 몸을 준비했고, 시술 날짜를 잡고 멕시코로 다시 출국했다.
그리고 정말 너무 운 좋게 첫 번째 시도에 바로 임신이 됐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상하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녀의 나이가 많아서였는지, 내가 시험관시술이란 걸 처음으로 접해서였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거기에다 임신중기까지 그녀의 배는 그냥 보통여성의 배사이즈였다. 초음파사진을 보면서도 그건 그냥 사진일 뿐 실체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렇지만 8개월 즈음에 볼록 나온 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나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위해 베이비샤워를 준비했다.
사교적인 그녀는 친구들이 아주 많다. 그런데 나와 다른 한 명, 딱 두 명만이 베이비샤워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녀가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희 둘만 내 임신을 인정해 줘. 다른 친구들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데.”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 주는 우리에게 너무 고맙다며 눈가에 눈물이 촉촉해졌다.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윤리적으로 내 친구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태어날 아이의 입장에서도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옳고 그름을 탓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는 이미 선택을 했고, 나는 친구로서 그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생명체가 정말 이 세상에 왔다. 그 아이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동그란 파란 눈에 곱슬곱슬한 금발머리, 완전 인형이다! 누가 봐도 영락없이 내 친구의 딸인데… 그녀가 정자는 분명히 멕시코사람한테 기증받은 거라고 했는데. 나는 한참을 내 친구와 아기얼굴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으니 그걸로 됐다. 내 친구는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
친구가 사는 곳이 너무 멀어서 마음만큼 애를 잘 못 봐주고 있다. 나는 남편과 함께 키우는데도 늘 방전상태인데, 혼자서 애를 키우는 친구가 늘 걱정이다.
친구가 부탁할 때 아기를 몇 번 봐줬다. 그런데 사람은 어떻게든 다 살아가게 되어있다고, 와 정말 이렇게 순한 아기가 있다니! 내 친구의 행운을 살짝 시기했다.
이 미라클 베이비로 말할 것 같으면,
젖병을 물다가 바로 잠이 든다.
잠든 후 침대에 내려놓아도 깨지를 않는다.
등센서가 없는 희한한 아기이다.
3개월 아기가 2시간을 내리 잔다.
잠에서 깨서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울지를 않는다.
얼마나 오래 깨있었을까? 나는 미안한 마음에 얼른 올려 안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아기는 방긋방긋 미소를 지어줬다.
‘세상에, 이렇게 예쁘고 순한 아기가 있을까?’ 그리고 아기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해줬다.
‘아가야,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네 엄마는 무지 용감하다는 거, 그리고 너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는 거.”
내 말을 알아듣은 것처럼 미라클베이비는 다시 한번 내게 방긋 웃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