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고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공무원 부부가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몰래 사귀더라도 청첩장을 열어보면 사내 커플인 경우도 있었고, 한 부서에서 둘, 셋 이상은 부부인 경우도 흔하다. 같은 직장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공무원은 특히 공무원 배우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라본공무원 부부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동질감이다. 직장생활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동료이자 남편, 아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부부가 같은 지역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조직 내 정보에도 발 빠르고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부부가 구청이나 시청으로 함께 출근한다면 아이는 직장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고, 가족 나들이를 위해 휴가나 연차도 수월하게 맞출 수 있다.
반면 엄청난 투명성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업무나 비상근무 스케줄에 훤하니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고, 급여 명세서 또한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 내가 만난 한 주무관님은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의 새올(행정시스템 사이트)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아내 급여명세서를 열람하고, 직접 돈관리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공무원 호봉도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데 배우자가 본다고 크게 다를 건 없겠지만 말이다.
공무원은 결혼을 하게 되면 이런 질문을 주고받는다.
신랑이 정부미야?
처음엔 무슨 말인 줄 몰라 당황했는데 배우자가 공무원이면 정부미, 아니면 일반미나 사제로 우스갯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내 남편이 공무원이 아니어서 뭔가 다른 품질이 되는 순간이었다.
영리하고 젊은 친구들이 9급 공무원으로 들어와 성실하고 똑 부러지게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어렸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면 출산율 낮은 나라에서 대견하기까지 했다. 공무원 커뮤니티에서 경조사는 게시판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고되기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많은 축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예식이 끝나면 답례나 인사드릴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공무원 아버지를 둔 공무원 커플의 결혼식을 간 적이 있었는데 축의금을 줄 서서 낼만큼 엄청난 숫자의 하객으로 북적였다. 끈끈한 카르텔의 결합을 보는 듯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운이지 부부가 꼭 같은 직장에서 일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직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면 공무원 배우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아이가 생기면 대화가 점점 사라지는데, 퇴근 후 불평거리를 투닥거릴공통의 화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끈끈한 전우애가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