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보다 끔찍한 인간의 잔혹한 본성에 대하여.
지난해 부천에서 상영된 이후부터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개봉 직후 곧바로 보려 했으나 상영관이 극히 적어 불가피하게 관람을 미뤄야만 했던 영화 <몬몬몬 몬스터>를 '드디어'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것. 생각 이상으로 독특하고 강렬한 스토리가 상영관을 나선 뒤에도 한참 동안 장면 장면이 머리 속에 맴도는 기분이다.
고등학생 린슈웨이는 런하오를 주축으로 한 동급생들에게 극심한 따돌림을 당한다. 이를 방관하던 교사는 누명을 쓴 린슈웨이에게 던하오 패거리와 함께 사회봉사를 다녀오라는 체벌을 내리고, 노숙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외진 건물에서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여자 아이를 잡아 학교에 데려온다. 괴물의 약점을 파악한 던하오 일행은 린슈웨이에게 그랬듯 괴물을 갖은 방법으로 괴롭히기 시작하고, 항상 피해자였던 린슈웨이 또한 그들의 괴롭힘에 가담한다.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불쾌하다. 단순히 학창 시절의 괴롭힘이라기엔 그 수위가 상당한 던하오 일행의 행동은 흡사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들처럼 보이고, 사람을 잡아먹음으로써 허기를 채우는 두 괴물들의 살인이 펼쳐지는 시퀀스들은 피가 낭자하는 묘사만으로도 무척 끔찍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 곱씹어보면 이러한 불편함이야말로 감독이 의도했던 바처럼 느껴지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영화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일종의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것을 제목에서부터 암시하고 있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그 몬스터라는 존재는 주제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영화를 보다 보면 과연 제목의 그 '몬스터'가 대체 누굴 의미하는 것일지 모를 정도로 괴물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인간 군상과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를 괴롭히며 쾌감을 느끼는 가해자들과 그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방관자, 그리고 가해자와 방관자 사이에 위치한 수많은 이들까지. 때로는 다소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한 영화 속의 인물들은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느 위치에 있을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단연 주인공 린슈웨이다. 억울하게 누명이 씌어도 그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만큼 나약한 존재였던 그가 괴물이 등장한 후 괴롭힘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던하오 일당에 동조하는 모습은 어떤 면에선 무척 서늘하고 무섭게 다가온다. 린슈웨이의 변화를 통해 드러나는 감독의 메시지는 무척 인상적이며, 끝끝내 적잖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엔딩 또한 굉장한 재미를 자아낸다. 물론 린슈웨이를 연기한 배우가 이전에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쉽게 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발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분명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단순히 어떤 크리처가 등장하는 청춘물처럼 느껴졌던 영화는 상영관을 나선 이후에도 한참 동안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씁쓸한 여운을 자아낸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때때로 교차 편집과 음악의 활용으로 스타일리시한 개성까지 갖춘 구파도 감독의 연출은 오프닝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검붉은 색채의 향연처럼 느껴지는 만큼 아기자기한 청춘 로맨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연출한 그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인데, 그가 앞으로는 또 어떤 작품을 들고 돌아올지 부푼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영화는 인간 내면의 잔혹한 본성을 서늘하면서도 강렬한 스토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110분의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도 상당한 만큼 (주인공이 할 말이 없게 만들 정도로 끔찍한 발연기를 선보임에도) 한 번쯤 관람하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