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가 빠진 자리를 참으로 당황스러운 메시지가 대체한다.
정말 1%만큼의 기대치도 없었지만 이유 모를 의무감으로 관람한 오늘의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 역대 오프닝 관객 수 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개봉한 전편 <신과 함께 : 죄와 벌>이 개인적으로 역대 천만 영화 중 단연 최악이었기에 도저히 끌리지 않는 상황에서 관람한 이 영화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단 전편보다는 나았다. 다만 형이 너무나도 못난 탓에 아우가 나아 보이는 일종의 비교우위일 뿐, 전체적으로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였다는 점에선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영화는 전편에서 자홍의 재판을 맡았던 세 명의 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이 자홍의 동생이자 억울한 죽음으로 원귀가 되었던 수홍을 49번째 귀인으로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염라는 원귀였던 수홍을 재판하는 조건으로 성주신의 보호를 받고 있는 노인을 데려올 것을 요구하고, 이에 삼차사는 강림이 저승에서 수홍의 재판을 책임지고 해원맥과 덕춘은 이승에서 성주신이 지키는 노인을 데려오는 것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한다. 이 과정에서 천 년 전 삼차사가 겪었던 과거의 사건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향하게 된다.
일찍부터 알려졌듯이 영화는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하고 제작하였다. 그만큼 전편에서 몰입을 방해했던 요소들 대부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펼쳐지는 CG의 향연은 상당 부분 조악하게만 느껴지며 많은 관객들이 후기에서 언급한 공룡 등장 시퀀스 또한 이 조악함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만을 낳는다. 더불어 지나칠 정도로 과하고 조잡하게 느껴지는 음악의 활용이나 대부분의 장면에서 안 맞는 옷을 입은 것만 같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전편과 마찬가지이다.
주요 배우 대부분이 전편과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화는 새롭게 합류한 성주신 역의 마동석 배우를 통해 전편과 다른 매력을 더하고자 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바로 직전에 그가 출연한 <챔피언>의 마크라는 캐릭터와 거의 모든 것이 일치하다 보니 누구나가 예상하는 마동석 활용법에 그치고 만 것 같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더불어 영화는 성주신의 대사를 통해 종종 웃음을 유발하고자 애를 쓰지만, 그 또한 비슷한 대사나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탓에 그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1편이 그토록 별로였던 가장 큰 이유는 이미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신파 요소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관객을 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한 점이 결국 전편을 다시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영화로 만들고 말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신파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들이 종종 펼쳐짐에도 이번에는 이를 적절한 선에서 끊어냈다는 점만큼은 인상적이다. 더불어 '대체 왜 이렇게 삼차사의 과거에 대한 설명이 긴 걸까'하는 의문이 커져갈 때쯤 각각의 사연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지면서 펼쳐지는 중반부 이후의 전개는 제법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영화는 여전히 아쉽기는 해도 전편에 비해서는 꽤나 괜찮은 작품으로 기억될 뻔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끝끝내 적잖은 당혹감을 선사하고 마는데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CG도, 연기도, 스토리도 아닌 핵심 메시지로 보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마지막 재판 시퀀스까지 보고 나면 결국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제 아무리 가슴 아픈 사건을 겪었어도 가해자에게도 그들만의 사연이 있으니 언젠가 그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후반부의 메시지가 철저히 가해자의 시선과 입장을 통해 도출된다는 점이다. 과거의 어떤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는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결국 이를 알게 된 피해자들은 '이미 한참 전 이야긴데 뭐'라는 식으로 그를 용서하고 사건 자체를 없던 일인 양 받아들인다. 이러한 후반부의 상황 전개는 어쩌면 지극히 인류애적이고 도덕적인 교훈을 주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피해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나 배려조차 찾아볼 수 없는 무성의함의 연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가 그에 대해 용서를 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그만의 또 다른 사연이 있다면 과연 피해자는 그를 용서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감독은 정말 그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리하자면 여전히 전편의 아쉬움을 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괜찮게 보일 뻔했던 영화가 결국 후반부에 펼쳐지는 전개로 인해 자멸하고 만 듯한 느낌을 안겨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얼핏 보기엔 제법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나쁜 사람은 없어, 나쁜 상황만 있을 뿐이지.'라는 대사 이후 이승에서 지은 죄로 인해 지옥에서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는 사람들의 묘사가 이어지는 것은 이 영화에서 얼마나 각각의 장면이 따로 노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