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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표 가족관의 집대성.

by 뭅스타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누군지 물을 때마다 변함없이 대답했던 것 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어느 가족>. 그 이름만으로도 진작부터 필 관람작으로 점찍어둔 상황에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쾌거까지 안으며 더더욱 기대치를 높였던 이 영화는, 그가 그동안 가족 영화를 찍으면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의 집대성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시바타 가족이 홀로 밖에 나와있는 소녀 유리를 그들의 집으로 데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할머니 하츠에부터 어린 소년 쇼타까지 다섯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이 가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머지않아 드러난다. 이들은 얼핏 보기엔 옹기종기 모여 사는 대가족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누구도 한 핏줄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남남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이들은 이토록 독특한 관계를 그보다 더 독특한 질서 속에서 유지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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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가족 구성원들 면면은 실제 이런 인물들이 존재한다면 혀를 차기에 충분할 만큼 비도덕적이다. 가족이 생필품을 마련하는 주요 수단은 도둑질이며 어린 쇼타와 유리에게 도둑질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더불어 멀쩡히 부모가 있는 아이 유리를 데려와 키우기도 하며, 결코 합법적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기에 그들의 정체를 숨기고 도망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저 비난받아 마땅한 존재들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이 시바타 가족에게 강한 애정을 갖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가족이지만, 그런 한편 그의 영화에는 말 그대로 온전한 가족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저마다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끼리 살아가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따로 살게 된 형제가 등장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가족의 모습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으며, 그의 작품 중 가장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을 그린 <걸어도 걸어도>의 가족은 영 불편하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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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가족이란, 단순히 핏줄로 연결된 사전적 정의 그대로의 가족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사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써 더울 큰 의미를 갖는다. 비록 언제든 뿔뿔이 흩어질 수 있는 남일지라도 그들이 하나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어우러진다면 피보다 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감독의 가족관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그의 가족에 대한 남다른 정의는 이번 영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사건들은 발생하여도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시바타 가족은 후반부에 이르러 큰 위기를 맞는다. 수사관이 그들 한 명 한 명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결국 관객은 이 비도덕적이며 불완전한 그들에게 일종의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 그들의 행동을 결코 옳았다고 할 수 없기에 그 동정이 결코 완전한 옹호나 동조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왔음에도 현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냉정하고 가혹하기에, 결국 그들이 처하게 되는 마지막은 한없이 냉혹하면서도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특히 그 누구보다 불완전한 환경으로 돌아가게 된 누군가의 시선이 그려지는 엔딩 시퀀스는 차마 바라보기 힘겨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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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영원한 페르소나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을 비롯해 다른 작품들로 익숙한 마츠오카 마유, 이케마츠 소스케, 코라 켄고 등 배우들의 활약은 비중에 관계없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안도 사쿠라는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인 <백 엔의 사랑>에 이어 다시 한번 그녀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를 떠올리게 만드는 죠 카이리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온전한 가족의 형태라고 부를 수 없는 이들이 꾸려나가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인 동시에 앞선 영화들의 집약체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토록 문제 많고 황당한 만비키 가족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나긴 여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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