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 놈의 중국 자본.
인간들 싸움에 뜻하지 않게 연관되어 본연의 이름대로 불리지 못하는 상어가 출연한 그 영화 <메가로돈>을 관람하였다. 애초에 제이슨 스타뎀 영화가 작품성 면에서 뛰어난 경우는 별로 없던 데다 해외 포스터에 중국 배우 리빙빙의 이름이 두 번째로 게재되어 있는 만큼 마음을 비우고 관람한 이 영화는 예상대로, 영화를 뒤덮은 중국 색깔만큼이나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다.
영화는 최첨단 해저 기지에서 연구 중이던 해저 탐험대가 바닷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거대 생물에게 공격을 당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세 명의 팀원이 심해에 고립되자 탐험대는 5년 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자책하며 바다를 떠난 심해 구조 전문가 조나스를 찾아가 구조를 요청한다. 조나스의 도움으로 큰 위기를 모면한 탐험대는 수온이 높아진 틈을 타 해수면까지 올라온 거대 상어 메가로돈의 공격을 받게 되고, 팀원들은 조나스와 수인을 필두로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메가로돈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최소한 영화의 초반부만큼은 꽤나 흥미롭다. 조나스가 다수의 죽음을 막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했던 5년 전 사건이 그려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세 팀원이 탐사 도중 공격을 받게 되는 과정, 그리고 조나스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해저 기지로 오게 되는 과정까지는 상어가 등장하는 일종의 재난 영화로써 적절한 재미와 긴장을 자아낸다. 그런 만큼 비록 개연성 자체는 아쉬웠어도 볼거리는 인상적이었던 <램페이지>처럼 최소한 킬링 타임 영화로써의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데, 아쉽게도 이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상어가 등장하는 재난 영화에서 관객들이 과연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한 연출이다. 블록버스터 장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5년작 <죠스>가 이보다 훨씬 적은 제작비, 훨씬 작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냈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25m가 넘는 육중한 크기의 거대 상어 메가로돈을 전면에 등장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2012>나<샌 안드레아스> 같은 재난 영화를 볼 때 얼마나 재난이 화려하게 그려지는 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 역시 상어의 활약상이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에서 메가로돈은 몇몇 점프 스케어를 통해 깜짝 놀라게 하고자 할 뿐 특별히 두드러지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만다. 메가로돈이 육지 근처에까지 접근하며 비로소 무엇인가 몰아칠 것만 같던 후반부 시퀀스마저 황당할 정도로 싱겁게 끝나버린다.
이렇게 메가로돈 자체의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영화 자체가 상어보다 인간들의 감정선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중국 자본에 힘을 입어 리빙빙을 필두로 한 중국 배우들의 비중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영화의 아쉬움을 더해주는 데에 그칠 뿐 그 어떤 재미도 자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각각 제이슨 스타뎀과 리빙빙이 연기한 조나스와 수인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과정은 그저 뜬금없게만 다가오며 전혀 불필요한 장면에서 슬로우모션 효과까지 삽입하며 펼쳐지는 중국 3대의 감성 드라마는 영화의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든다. 기껏 살려줬더니 다짜고짜 잘 알지도 못하는 과거를 들먹이며 화를 내는 엄마와 처음 보는 남자를 'Hey, Crazy'라고 부르는 딸을 보며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줄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애당초 작품성 자체에 대한 기대는 저버렸던 영화가 최소한의 볼거리마저 제대로 선사해주지 못하니 더더욱 미적지근하고 심드렁하게만 느껴진 관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과연 언제쯤 제이슨 스타뎀이 메인 롤로 등장하는 영화 중 작품성과 볼거리를 고루 갖춘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쯤 되면 대체 중국이 자본을 얼마나 투입하기에 웬만해선 저조한 평가를 기록함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중국 자본 끼얹기가 계속 이어지는지 무척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