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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주제와 장르 사이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by 뭅스타

여름 성수기를 맞아 매주 개봉한, 이른바 한국영화 빅 4의 대미를 장식할 조규상 감독의 <목격자>를 관람하였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이 위기를 겪는다는 설정이 제법 흥미롭게 느껴졌던 이 영화는, 아쉽게도 그 기대치를 부응해주지 못한 채 황당함과 찝찝함만을 선사하고 말았다. 주제와 장르의 부조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고 할까.


영화는 가족과 함께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온 상훈이 우연히 집 앞에서 벌어지는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살인자가 자신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던 상훈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격 사실을 숨기고자 하고, 목격자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형사들은 아파트 주민들을 심문하기 시작한다. 한편, 자신의 살인을 목격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현장을 찾은 살인자 태호는 서서히 상훈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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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타이틀이 삽입되는 전후 5분가량의 시퀀스만큼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고조시켜 준다. 한때 떠돌던 괴담을 모티브로 한 듯한 설정은 긴장감을 더하며,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친근한 장소가 공포의 장소로 변화할 때의 스릴을 자아낸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상훈이 언제 위협이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는 모습 또한 서서히 긴장을 고조시키며 더더욱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중반부 이후부터 전개가 작위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흥미를 잃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가 몰입을 깨뜨리기 시작하는 것은 주인공 상훈을 비롯한 인물들의 행동이 쉽게 이해가지 않기 때문인데, 태호의 위협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는 상훈이 결과적으로 신고만 하지 않을 뿐 위험한 행동은 계속해서 일삼는 것은 오로지 전개를 복잡하게 끌고 가기 위한 작위적인 연출로만 다가온다. 더불어 아무 감정 없이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의 범죄 행각이 드러날까 조심스러워하던 살인자 태호가 목격자가 어디에 사는지 뻔히 알면서도 굳이 대낮에 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 역시 그저 당황스럽게만 다가온다. 형사 재엽과 그의 팀원들이 범인을 쫓는 과정 또한 늘 한 발 늦게 현장을 찾는 한국 영화 속 전형적인 경찰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면 진부함만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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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부터 궁극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확실히 드러낸다. 결국 영화는 여러 이유들로 인해 점점 이웃에게 무관심하고 삭막해져 가는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그리고자 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는 부녀회장이 아파트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경찰의 조사에 협조하지 말자는 공문을 돌리고 아파트 주민들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극명히 드러나는데,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가 살인자와 목격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기본적인 스토리와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결과적으로 주제만큼은 명확하게 남지만, 그 주제가 결코 스릴러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뿐이며 이러한 주제를 가장 분명히 드러내는 엔딩 시퀀스는 그 쓰임이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으로 느껴져 더더욱 당혹감만을 선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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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사회 이후 많은 이들이 언급했던 것처럼 클라이맥스 이후 영화가 이미 일이 커질 대로 커져버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펼쳐놓은 '어떤 설정' 역시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황당하게만 다가오며, 비슷한 분위기의 스릴러 <숨바꼭질>이 후반부에 이르기 전까진 계속 긴장감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결국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것이 오프닝 시퀀스라는 점 또한 아쉽기만 하다. 이성민, 진경, 김상호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인상적으로 다가왔기에 더더욱 전개가 진행될수록 급격히 힘을 잃어가는 스토리가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영화였다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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