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에 발맞춰 함께 진화한 스릴러.
전주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부터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안 맞아 개봉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그 영화 <서치>를 관람하였다. 일찍부터 관객들의 후기가 상당히 좋았던 만큼 기대치가 상당했던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그 기대치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주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개성 있고 매력적인 작품처럼 다가왔다.
영화는 딸 마고가 마지막으로 몇 통의 전화를 남긴 후 며칠간 연락이 끊기자 아빠 데이빗이 사라진 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종된 마고를 찾기 위해 나서면서, 자신이 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 데이빗은 딸의 SNS를 추적하면서 단서를 모으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하게 흘러간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단숨에 시선을 잡아끈다. 몇 년간의 일들을 짧은 시간에 압축하고, 그 과정에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마치 <업>의 오프닝 시퀀스를 떠올리게도 하는 영화는 이후 마고가 연락이 끊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릴러 장르로 탈바꿈한다.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데이빗이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운드와 더해져 적잖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상황을 뒤엎는 반전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것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개성을 더하는 것은 전개 과정이 모두 노트북 화면을 통해 펼쳐진다는 점이다. 영화는 데이빗이 마고의 친구들을 찾고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추적하는 과정을 페이스타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풀어내는데, 그 결과 관객들 또한 누군가가 (대부분은 데이빗이) 바라보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사건이 진전되는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이렇게 데이빗이 쳐다보는 화면을 관객들이 함께 쳐다보게 됨으로써 실종된 딸을 찾는 데이빗의 초조한 심리에 보다 쉽게 이입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일종의 스릴러 영화로써 더욱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에서 각종 SNS는 단순히 개성 있는 스릴러 영화로써 역할을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익명성과 폐쇄성이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 떠오르는 SNS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까지 해낸다. 마고의 실종 사건이 대서특필되며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되자 평소 그녀와 친하지 않았던 이들이 가증스러운 연기를 해가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이용하고, 마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이 각종 유언비어와 루머를 만들어 내기까지 한다. 이렇게 SNS 시대의 문제점을 제대로 간파하고 이를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영화는, 그런 상황들이 각종 루머와 가십이 판을 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만큼 생각지 못한 씁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어쩌면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 자체만 놓고 보면 마냥 새롭다고 할 수 없는 평이한 수준의 스릴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플롯은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 SNS 시대로 확실하게 접어든 요즘의 트렌드와 만나며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영화의 연출 방식이 이미 2015년 개봉한 <언프렌디드 : 친구 삭제>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는 만큼 자칫 마냥 신선 하게만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음에도 그 영화와는 또 다른, 정확히 말해 그 영화보다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한 것은 이 영화 <서치>의 스토리라인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