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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가장 경이로운 방법.

by 뭅스타

지난 2013년, 개봉일 아침부터 용산으로 달려가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던 그 영화 <그래비티>를 5년이 지난 뒤 다시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였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진 아이맥스관에서 그때만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여전히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을 자아내며 그때의 울림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 이 영화는 황량한 우주를 홀로 표류하게 된 스톤 박사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가 부딪히며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엔지니어들은 스톤 박사와 우주 비행사 코왈스키를 제외하곤 모두 사망하고 만다. 우주 왕복선마저 처참히 망가져버린 상황에서 스톤과 코왈스키는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지만, 머지 않아 코왈스키마저 스톤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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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주의 환경에 대해 대략적으로 묘사하는 자막 몇 줄이 삽입된 이후 펼쳐지는 첫 장면에서부터 단숨에 관객들을 압도한다. 광활한 우주와 우주에서 바라보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한데 담은 그 장면은 순식간에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며 이후 펼쳐지는 약 10분 정도의 롱테이크 씬은 가히 예술이다. 극장에서 다시 보니 이 영화 <그래비티> 이후 <레버넌트>에 이르기까지 3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수려한 촬영 기법에 새삼 감탄하게 되기도.

개봉 당시부터 많은 전문가들과 관객들이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체험하는 듯한 오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때때로 스톤의 시점 쇼트로 전환되는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상황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게 해주며,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구현한 CG와 스티븐 프라이스의 웅장한 음악 또한 스톤의 사투를 손에 땀을 쥔 채 관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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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개봉했던 그때에도, 다시 관람한 지금도 이토록이나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연출적인 요소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아무리 힘들고 고달픈 인생일지라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메시지이다. 영화의 주인공 스톤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인물이며, 그렇기에 우주에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다시 한번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마지막 도전을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너무나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홀로 남겨진 스톤이 다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데에는 바로 직전 우연히 연결된 무전에서 개의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던 것과 크게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죽음을 결심한 그녀의 상황과 대비되는 갓 태어난 생명의 울음 소리는 왠지 모르게 먹먹한 울림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결국 그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 어떤 순간에는 의지를 다져줄 기폭제가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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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지구에는 있지만 우주에는 없는 가장 대표적인 것, 즉 중력이 영화의 제목인 것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이 한없이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처럼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린 일종의 재난 영화와 같은 성격을 띠면서 그 속에 깊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까지 훌륭히 담아낸 영화처럼 느껴진달까.

아마 앞으로도 누군가 나에게 인생영화 열 편만 꼽아보라고 말한다면 그 명단에 주저없이 포함될 영화 <그래비티>를 무려 아이맥스 재개봉을 통해 다시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경험으로 기억될 듯 하며, 물론 그 해 <블루 재스민>에서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엄청나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산드라 블록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몇 개라도 거머쥐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물씬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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