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전형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낸다.

by 뭅스타

관심 갔던 영화가 한번에 개봉하며 험난한 영화 일정을 예고한 금주의 개봉작 중 오늘의 영화로 오늘의 영화로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를 관람하였다. <안녕, 헤이즐>의 쉐일린 우들리와 <미 비포 유>의 샘 클라플린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름의 여운을 선사해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무엇보다도, <안녕, 헤이즐>과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쉐일린 우들리를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었단 것만으로도 제법 인상적인 영화였달까.

영화는 1983년 타히티에서 샌디에고까지 항해하던 도중 거대한 허리케인을 만나며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해야 했던 태미 올드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목적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돌던 태미는 타히티에서 만난 남자 리차드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리차드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러던 도중 리차드가 지인에게 샌디에이고까지 6,500km에 달하는 긴 항해를 해줄 것을 부탁하고, 그 여정에 나선 태미와 리차드는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나며 생사를 오가는 길고 긴 표류를 이어가게 된다.

어1.jpg


굳이 장르를 규정하자면 영화는 로맨스 영화라기보다는 생존 영화의 성격에 더욱 가깝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리차드를 대신해 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책임져야 하는 태미의 표류기는 자연스럽게 <캐스트 어웨이>나 <라이프 오브 파이> 같은 생존 영화를 떠오르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단연 쉐일린 우들리의 열연인데, 마치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표류를 이어가야 했던 실존 인물 태미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처절하고도 강인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낸 그녀의 연기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한편, 결국 태미의 생존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로맨스적인 요소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는데 쉐일린 우들리와 샘 클라플린의 인상적인 호흡은 태미와 리차드의 로맨스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이들이 점점 사랑을 싹틔워가는 과정부터 점점 희망을 잃어가면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은 로맨스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태미와 리차드가 처음 만나기 시작한 과거의 이야기와 그 둘이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왜 구태여 스토리가 교차 플롯 방식으로 진행되는 걸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때쯤 그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설정은 이들의 안타까운 로맨스에 조금 더 빠져들게 만든다.

어4.jpg


다만 영화는 오프닝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실화가 극 중 쉐일린 우들리가 연기한 태미 올드햄이 써내려간 책을 각색한 것임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다시 말해, 이 자막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결국 이 망망대헤를 떠도는 표류에서 태미만큼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이미 인지한 채로 보게 되는 셈인데 그런 점에서 중반부 이후 영화의 전개는 조금 루즈하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사랑의 힘을 통해 생존해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엔딩의 감동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는 하나, 비슷한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다보니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마는 결과를 낳게 되며,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100분이 채 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3.jpg


그럼에도, <에베레스트>에 이어 다시 한번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를 적당히 특별하게 풀어낸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연출은 그의 다음 영화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만든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 차례나 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는 로버트 리처드슨의 대체 어떻게 찍은걸까 궁금할 정도로 인상적인 촬영 기법과 재난의 상황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아름답고도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 역시 영화의 매력을 더하며, 실화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실존 인물의 등장 또한 영화의 여운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뭔가 이 영화보다 태미 올드햄이 집필한 책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비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