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슬래셔 장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히 최대치의 카타르시스.

by 뭅스타

할로윈 데이에 관람한 오늘의 영화 <할로윈>. 부산에서 상영했을 당시 관객들의 평이 좋아도 너무 좋았던 만큼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은, 속된 말로 '개'쩔었다.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속으로 'Fxxking Awesome'을 외치게 될 정도로 취향을 제대로 정조준한 영화였다고 할까.

이후 제작된 각종 시리즈와 리메이크는 무시한 채 존 카펜터 감독이 연출한 1978년작 <할로윈>의 설정만을 따른 속편이자 그런 점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기도 한 이 영화는, 4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연쇄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가 다시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한편, 1편이 마이클 마이어스의 살인 행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1편에서 마이클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구한 생존자 로리에게 중점을 두어 그녀가 겪는 트라우마와 마이클을 향한 복수심을 영화 전면에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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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작 <할로윈>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가 무분별한 살인을 저지르는 슬래셔 무비 장르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슬래셔 무비 영화로써 얼마나 재미를 선사하는가를 짚고 넘어가자면, 그 부분에서 이 영화가 선사한 만족도는 가히 100%에 가깝다. 초반부만 해도 원만한 전개를 위해서라도 결국 마이클이 어떤 방식으로든 재활 센터를 탈출할 것임이 뻔히 보이는 만큼 다소 서론이 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도 한 영화는 마이클이 본격적으로 그동안 쌓여온 살인 욕구를 터뜨리기 시작하는 중반부부터 엄청난 긴장감과 흥미를 선사한다. 특히 숙명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마이클과 로리가 맞닥뜨리게 되는 클라이맥스 시퀀스의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숨 죽인 채 지켜보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한편,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는 지극히 클래식한 방식을 따르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에 큰 축을 담당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앨리슨의 주변 인물 설정은 클리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호러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 구성과 호러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죽음의 패턴이 반복되는 만큼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이 영화의 클래식함은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몇몇 설정들을 제외하면 배경이 2018년인 것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1편의 배경인 1978년과 지금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특히 <할로윈>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소소한 팬서비스가 군데군데 펼쳐져 있어 더욱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 자체로 너무나 매력적인 메인 테마곡의 활용 또한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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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영화는 로리를 중심으로 3대에 걸친 여성들의 활약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한 편의 잘 만든 슬래셔 무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도 할 수 있다. 살인마에게 맞서기보다는 소리를 지름으로써 관객들의 공포를 조성하고 임기응변을 발휘해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정도에 그치던 여성 캐릭터들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남성보다 더욱 놀라운 활약을 펼친다. 로리와 딸 캐런, 손녀 앨리슨까지 세 여성 캐릭터가 보여주는 활약은 분명 이전 슬래셔 무비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개성이자 매력이며, 그렇기에 후반부 그들의 행동이 선사한 카타르시스가 더욱 두드러진다. 제이미 리 커티스 배우가 연기한 로리 캐릭터의 경우 올 초 개봉한 <쓰리 빌보드>의 밀드레드와 함께 2018년 최고의 여성 캐릭터, 더 나아가 21세기 최고의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정리하자면, 마이클 마이어스가 돌아오길 기다린 팬들은 물론 처음으로 그와 직면한 관객들에게도 큰 재미를 선사할 듯한 영화이자, 그 속에 여성들의 연대라는 핵심적인 소재를 매끄럽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지금의 시대에서 극대화될 수 있는 의의까지 쏠쏠히 챙긴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의 배경인 2018년 10월 31일 당일에 관람한 것도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부디 속편 제작 없이 이 자체로 깔끔하게 끝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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