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시나리오를 한국식으로 잘 버무려내다.
어쩌다보니 뜻밖의 영화 휴식을 가진 후 4일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오늘의 영화 <완벽한 타인>. 시사회로 첫 공개됐을 때부터 관객들의 평가가 꽤나 좋아 자연스레 기대치가 높아졌던 이 영화는, 신선하고 독특한 시나리오를 국내의 정서에 맞게 잘 버무려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영화는 석호의 집들이를 맞아 40년 지기 친구들과 그들의 아내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모인 자리를 즐기던 이들은 석호의 아내 예진의 제안으로 모임이 끝나기 전까지 각자의 휴대폰에서 오는 모든 연락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게 된다. 떳떳하게든 찝찝하게든, 게임에 참여하게 된 일곱 남녀는 그들의 비밀이 하나 둘 폭로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의 원작을 시작으로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리메이크된 영화는, 왜 그렇게 세계 각국에서 시나리오를 탐냈는지 충분히 침착할 수 있을 만큼 무척 흥미롭고 참신하다.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그만큼 자그마한 휴대폰에 온갖 정보와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휴대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게임을 하게 된다는 발상은 분명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적잖은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이며, 결론적으로 돌고 돌아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이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 흥미로운 소재를 충분히 잘 살려낸다.
세 부부와 한 남자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인물들은 저마다 누군가에게 당당히 공유하고 알릴 수 있는 그들만의 비밀을 갖고 있었으며, 영화는 게임이 시작한 직후부터 그 비밀을 하나 둘씩 공개해나간다. 남편이나 아내에게 절대 말할 수 없는 치명적인 비밀부터 결국 단순한 오해에 그치고 만 비밀들까지 크고 작은 비밀을 품고 있는 휴대폰의 알림 메시지가 공개될 때마다 수시로 전환되는 분위기와 갈등은 이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매력적으로 관람하게 만든다.
영화는 오프닝과 엔딩의 적은 분량을 제외하면 오직 석호의 집에서 모든 전개가 이루어진다. 한정된 장소에 단 일곱 명의 인물만이 등장해 대사의 향연을 펼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 영화보다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도 만드는데, 마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처럼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이하게 된 상황에서 인물들의 행동이 연신 변화하는 과정은 장소와 인물이 한정적임에도 여느 영화 못지 않은 생동감과 재미를 자아낸다.
결국 영화는 크고 작은 오해와 비밀이 쌓이고 쌓여 파국으로 치닫고 마는 관계들을 통해 아무리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이들이어도 어느 정도의 비밀은 유지한 채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비밀의 무게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누군가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각종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그러한 주제는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 도저히 볼 수 없는 원작도 이와 동일한 설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에서 밝혀지는 비밀의 대부분이 불륜이라는 것은 다소 전형적이고 진부한 듯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더불어 후반부의 일종의 반전 이후에는 결국 배우자 몰래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당황스러운 찝찝함을 남기기도 한다. 한편, 성소수자 캐릭터를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실컷 희화하고 조롱하더니 뒤늦게 그를 위한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 또한 이 영화를 마냥 유쾌하고 만족스럽게 즐길 수만은 없는 이유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