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달라진 가족상을 잔잔하게 풀어내다.
개봉작 마스터에 나선 오늘의 첫 영화 <친애하는 우리 아이>. <해피해피 브레드>,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등을 연출한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신작이자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는 이 영화는, 여느 일본 영화와 마찬가지로 무척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복잡한 인물 간의 관계가 갈등과 해소를 맞이하는 과정이 엄청난 흡입력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몇 줄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실로 복잡하다. 주인공 타나카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사오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이미 두 명의 딸이 있는 새로운 가정에서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이혼과 재혼이 거듭되는 사이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타나카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한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이미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이혼 가정을 소재로 한 영화는 너무나도 많다. 그런 만큼 자칫 전개 과정에서 겪는 갈등이나 그것이 해소되는 마무리가 진부하게 다가올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이 영화는 타나카는 물론이고 그와 다양하게 얽혀있는 인물들 각각의 심리까지 섬세하게 다뤄냄으로써 이 영화만의 확실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친딸 사오리와 새 아내 나나에의 두 딸 카오루와 에리에게 모두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하는 타나카와 새아빠 타나카와 한 집에 사는 것이 영 불만인 사춘기 소녀 카오루를 필두로 등장하는 인물 저마다의 심리를 관객들이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디테일한 연출이 무척 돋보인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갈수록 이혼 가정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구성원들은 새로 맞이하게 되는 환경을 어떻게 적응하고 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처럼 보인다. 이야기의 중심에 타나카가 있는 만큼 타나카의 가장으로서의 성장기로도 보이는데, 전처에게 당신은 항상 이유만 묻고 기분은 묻지 않는다는 핀잔을 들었던 그가 후반부에 이르러 달라진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몇 달간의 경험을 토대로 그가 한층 성장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으로써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내내 수없이 많은 감정 변화를 겪는 타나카를 연기한 아사노 타다노부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중요한 포인트로 다가온다. <기생수>, <하모니움>, <사일런스>, 그리고 <토르> 시리즈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여온 그는 오로지 가족밖에 모르는 가장 타나카를 연기한 이번 영화에서 한층 더 여유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그와 더불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각자가 맡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는데, 다시 한번 대체 일본 영화 속 아역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감탄을 하게 만들기도.
대다수 일본 영화의 특징이기도 한 담담한 연출과 담백한 표현 방식이 다시 한번 장점으로 다가오기도 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전작들에서는 다소 무난한 재미를 선사했던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앞으로도 반짝반짝 빛날 만한 영화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정의 가장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난해 초 개봉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아주 긴 변명>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앞으로 일본 영화계에서 이 두 명의 여성 감독이 펼쳐낼 영화 세계가 몹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