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음악이 선사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에너지.
어쩌다 보니 개봉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서야 관람하게 된, 그리고 어쩌다 보니 판교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는 첫 영화가 된 오늘의 두 번째 작품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이후 관객들의 평가가 상당했던 만큼 자연스레 기대를 할 수밖에 없던 이 영화는 그냥 한마디로 말해서 영화에서 음악이 가질 수 있는 힘을 최대치로 발휘해 낸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는 독특한 치아가 콤플렉스였던 탄자니아 출신의 청년 파로크 불사라가 전설적인 그룹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로 살아가며 겪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독특한 개성과 관객을 자랑하는 무대 매너, 그리고 여타 밴드와는 차별화된 음악을 바탕으로 최고의 뮤지션으로 거듭난 그가 45살의 나이에 생을 거두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자연스레 이 한 편의 전기영화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단연 음악이다. 이미 음악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잘 만든 음악이 영화에 얼마나 큰 매력을 선사하는지를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 영화에서의 음악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한다. 그것은 영화의 삽입곡 대부분이 이미 자의로든 타의로든 수도 없이 들었던 퀸의 명곡들이기 때문인데, 'Somebody To Love'를 시작으로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그리고 'The Show Must Go On'까지 전주만으로도 닭살을 돋게 만드는 명곡들은 영화 내내 강렬한 힘을 자아낸다.
더불어 놀라운 것은 무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하게 된 라미 말렉의 가히 엄청난 열연이다. 모르긴 몰라도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을 인물을 연기하게 된 그는 영화 내내 프레디 머큐리를 훌륭히 소화해낸 배우가 아닌 프레디 머큐리 그 자체로 분한다. 미드 [미스터 로봇]을 통해 국내에서도 적잖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그이지만, 이 영화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는 더욱 화려하게 채워질 것이라고 감히 확신할 수 있을 정도.
한편 영화는 퀸의 보컬로서의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동성애자로서의 그의 이야기도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 메리와 결혼한 후 뒤늦게 성 정체성을 깨달은 프레디가 잘못된 길을 향해 나아가며 방탕한 삶을 살게 된 과정은 결국 그도 훌륭한 뮤지션이기 이전에 의지할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필요했던 고독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삽입된 음악들을 모두 배제한 채 오로지 스토리 자체만 본다면 다소 무난하고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에이즈로 목숨을 잃게 된 만큼 급격히 방황하게 된 시절의 이야기는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에 반면 아버지와의 갈등이나 메리와의 관계, 퀸 멤버들 간의 갈등과 회복은 다소 전형적으로 다뤄지고 말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독보적인 재능을 보인 천재적인 아티스트가 성공과 추락을 경험하는 과정은 (결국 그것이 실화인 것과는 별개로)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접해왔다는 점에서 확실한 개성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정리하자면, 분명 서사 자체만 봤을 때는 지극히 평범하고 새로울 것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위대한 뮤지션을 소재로 하고 있는 데다 음악이 영화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상황에서 어찌 음악을 배제한 채 이 영화를 평가할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후반 20여 분에 달하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시퀀스가 선사한 엄청난 전율과 감동만으로도 도저히 이 영화를 애정 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