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3부작의 성대하고도 위대한 피날레.
각종 패러디를 통해 영화의 유명한 대사나 장면은 익히 알았어도 본의 아니게 미루고 미뤘던 그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개봉 13년만에 드디어 관람하게 되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 영화는 왜 이제서야 봤을까 하는 마음과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마음이 교차할 정도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고 매력적이었다.
아마 이미 많은 이들이 영화를 봤을거라 줄거리를 적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영화는 죄를 뒤집어쓰고 13년간의 복역 생활을 해야 했던 금자씨가 출소 후 오랫동안 계획해 온 복수를 감행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간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대사와 함께 펼쳐지는 오프닝 시퀀스와 영화 내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데에 적절히 활용되는 내레이션으로 몰입감을 더하는 영화는 이후 펼쳐지는 가히 충격적인 전개로 112분의 러닝타임을 매력적으로 채워나간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단연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미쟝센이다. 금자의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이 오가는 전개 속에서 이를 스크린에 담아낸 영상미나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로 진출한 정정훈 촬영 감독의 독특한 촬영 기법은 도저히 이 영화에 빠질 수 없게 만든다. 친절해 보일까봐 화려한 화장을 한다는 금자의 화장조차 애잔한 핏빛 복수극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이 작품을 보고 난 지금도 단연 복수 3부작 중 <올드보이>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세련되고 가장 매혹적인 작품처럼 다가오게 만든달까.
영상미가 가장 인상적이라면 그 다음은 이영애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연기와 수도 없이 들었음에도 영화의 장면과 어우러져 전율을 일게 만드는 음악이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당시 [대장금]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만큼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영애 배우의 연기 변신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13년 간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아름답고도 슬픈 캐릭터 금자의 행동이 분명 현실적이지 않음에도 불구 그에 공감하고 이입하게 만드는 것은 이영애 배우가 갖는 강렬한 카리스마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복수 3부작'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복수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복수는 그야말로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복수가 펼쳐지는 장면 자체는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에 비해 비주얼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금자를 주축으로 여러 인물이 함께 복수를 펼치는 후반부의 메시지와 카타르시스는 영화가 나온 2005년은 물론 지금에까지 유사한 전개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신선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복수, 속죄, 용서 등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다소 심오하고 철학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매혹적인 영상미 속에서 매끄럽게 풀어낸 연출은 너무나 새삼스럽게 박찬욱 감독의 훌륭한 역량에 감탄하게 만든다.
개봉한 지 꽤 지난 영화를 특별전 등을 통해 다시 관람할 때마다 익히 알려진 영화의 평가나 주변의 반응과 별개로 온전히 나만의 주관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는 한다. 만약 고전 명작으로 알려진 영화를 한참이 지나 관람했을 때 개인적으론 다소 무난한 정도에 그쳤다면 '그때 봤다면 더 괜찮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된다고 할까. 하지만 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보고 난 후 리뷰를 쓰는 지금에도 영화 그 자체로 굉장한 매력을 자아내며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본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더욱 강렬하고 더욱 처연하게 다가올 것 같은, 극장에서 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한 영화였다는 말을 덧붙이며 아마 한동안은 이 영화의 미친 미쟝센, 미친 연기, 미친 스토리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