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도약한 김향기 배우의 재발견.
과연 다 챙겨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개봉작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금주의 첫 관람작 <영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이 영화는,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과 소재를 이 영화만의 개성과 감성으로 제법 흥미롭게 살려낸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 외적인 이유로 굉장히 짜증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떠나보낸 후 동생 연인과 살아가는 열아홉 소녀 영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동생의 일탈로 남은 돈마저 잃게 된 영주는 구석에 몰리게 되자 사고로 부모를 죽게 한 가족을 찾아간다.
앞서 말했듯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 자체가 마냥 참신하지만은 않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인물과 그 사고를 저지른 인물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엮이게 된다는 설정은 <아들>이나 <하모니움>은 물론 올해 개봉한 <살아남은 아이>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언급한 영화들이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소년 혹은 청년의 이야기인 것과 달리 피해자를 소녀로, 가해자를 가족으로 설정함으로써 유사한 듯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제목부터가 <영주>인 만큼 영화는 오롯이 영주의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며 그만큼 관객이 얼마나 그녀에게 공감하고 이입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영주를 연기한 김향기 배우는 그녀가 원톱으로 극을 이끄는 이 작품을 훌륜히 살려낸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한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불과 몇 달 전 개봉한 <신과 함께 : 인과 연>에서도 어린 티가 역력했던 김향기 배우는 부모를 잃고 졸지에 가장이 된 캐릭터 영주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영화 이후 그녀가 써내려갈 필모그래피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만큼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그녀가 보여주는 표정, 눈빛, 말투는 하나 하나 가슴 속을 파고든다.
영화는 영주가 그녀의 부모를 죽게 만든 가족의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무척 화목해보이는 순간에도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는 영주를 비롯한 등장 인물 모두의 감정까지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섬세한 연출을 통해 무척이나 잔잔한 영화에 적잖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어떤 의미에서 영화의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짓는 것은 관심을 확 끌 수 있는 방법으로도, 조금은 단순한 방법으로도 보인다. 예컨대 <한공주>처럼 주인공 공주의 심리와 그녀가 겪는 상황을 흡입력 있게 그려내는 영화가 있는 반면 <용순>처럼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었기에. 그런 의미에서 또 한번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이 영화 <영주>는 영주의 심리, 영주가 처한 상황, 영주가 만나는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선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신예 감독의 인상적인 출발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