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댄싱>

뻔하면 어때,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by 뭅스타

금주 개봉작 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이은 두번째 관람작이자 아마도 마지막 관람작이 될 듯한 <해피 댄싱>을 봤다. 마냥 특별하진 않아도 가볍게 즐기기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만족스럽고 괜시리 애정을 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뭔가 오늘 압구정에 마가 낀건지 이번에도 작은 소동이 있기는 했지만..


영화는 한평생 남편 마이크만을 내조하며 살아온 산드라가 남편과 친구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충격으로 무작정 집을 나와 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언니 비프에게 찾아간 산드라는 하루 하루 집에만 틀어박힌 채 허송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녀는 언니 비프의 제안으로 댄스 수업에 참가하게 되고 그곳에서 잠시 잊고 지내던 삶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된다.


해4.jpg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무척 뻔하며 전형적이다. 어떠한 이유때문이든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던 주인공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전과 다른 삶을 꿈꾸게 된다는 기본적인 스토리라인도, 이를 풀어내는 플롯도 진부한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만 있다. 그런 만큼 분명 누군가에게는 그저 식상하기 짝이 없는 작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이 분명해보이는데, 희한하게도 나에게만큼은 이 진부한 스토리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노년의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군가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치매에 걸려 한평생 사랑하던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누군가는 암 말기를 선고받는다. 그렇게 죽음이라는 테마가 결코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노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영화는 그러한 사건들 하나 하나가 발생할 때마다 제법 쓸쓸하고도 묵직한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해2.jpg


그러나 영화는 <해피 댄싱>이라는 국내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러한 죽음의 테마를 마냥 무겁고 어둡게만 풀어내지 않는다. 영화는 산드라가 제2의 인생을 결심하게 되는 매개체인 춤이나 쉴새없이 펼쳐지는 위트 섞인 대사들을 통해 노년의 드라마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관람하게 만든다. 이멜다 스턴톤과 티모시 스폴, 셀리아 아임리를 주축으로 주조연 배우들의 오랜 연기 경력에서 묻어난 관록 있는 연기 역시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는 주요한 강점으로 다가온다.


결국 엔딩에 이르러 펼쳐지는 주제 또한 결코 새롭지만은 않다. '인생은 짧으니 주저하지 말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라' 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졌던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 전형적인 주제는 가슴 속에 제법 크게 와닿으며 적잖은 울림을 선사한다. 어쩌면 다시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지만 흡사 <싱 스트리트>를 연상케도 하는 영화의 엔딩은 자연스레 엔딩 크레딧이 모두 흐를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을 만큼의 묵직한 여운을 자아낸다.


해1.jpg


정리하자면 전반적인 스토리부터 크고 작은 갈등이 펼쳐지고 해소되는 과정까지 지극히 무난한 길을 걷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그 무난함이 적잖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몇 십년 후에 다시 관람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묵직한 무언가를 자아낼 영화임이 분명한 만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영화의 상영관이 너무나도 부족한 현재의 상황이 참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