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털 엔진>

이 소재를 이렇게밖에 못 살릴 수도 있다니.

by 뭅스타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만큼이나 처참한 평가 탓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던 그 영화 <모털 엔진>을 관람하였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별로였지만, 최소한 주 타겟층으로 설정한 어린이들만큼은 매력적으로 느낄 것 같은 <호두까기 인형~>과 달리 그 어떤 타겟층의 수요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 같은 이 영화가 더더욱 아쉽고 처참하게 느껴진다.


이른바 '60분 전쟁'으로 인해 절반에 가까운 대륙을 잃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려는 거대 도시 런던의 테데우스와 그에게 복수할 기회만 노려온 주인공 헤스터의 대립을 중점적으로 그려나간다. 어머니를 죽인 테데우스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만 헤스터는 런던의 견습생 톰과 함께 아웃랜드로 내던지게 되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 헤스터를 찾아다닌 든든한 조력자 안나 일행을 만나 반 견인도시주의자를 해치우려는 테데우스에 맞서게 된다.


모4.jpg


대략 35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러면서도 최첨단의 기술로 화려한 비주얼을 선사하기 보다는, 주로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스팀펑크 장르의 성격을 띤다. 강력한 무기 메두사에 의해 21세기의 기술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영화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나 '강철의 연금술사'를 연상케 하는 투박하면서도 거친 매력의 무기와 장치들로 볼거리를 선사한다. 헤스터와 톰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공간들의 비주얼은 이 독특한 SF 영화에 생명력을 불러넣으며 제법 보는 재미를 자아낸다.


하지만, 결국 영화의 장점은 그 독특한 볼거리뿐이다. 128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시간 가는 것이 굉장히 잘 느껴질 만큼 영화의 전개 과정은 꽤나 루즈하고 밋밋하게 다가온다. 아마 그 이유는 이 영화의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이 보는 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굉장히 진부하고 전형적이기 때문일텐데, <메이즈러너> 시리즈, <다이버전트> 시리즈,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그리고 대망의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데' 하는 기시감을 자아내는 장면이 한두개가 아닌 만큼 관람하는 내내 수많은 영화 속 특징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식상함을 유발하고 만다.


모2.jpg


영화의 오리지널 메인 포스터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만큼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주인공 헤스터가 영화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도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그저 복수를 하겠다는 강한 집념만 있을 뿐 다니는 곳마다 온갖 민폐를 끼치고 다니고, 결국 역사상 가장 용감한 여성이었다는 판도라의 딸이라는 이유로 든든한 조력자들을 등에 짊어지게 된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목숨을 건지는 것처럼만 보인다. 그녀 한 명때문에 도시 하나가 파괴될 정도로 엄청난 민폐를 끼치는 인물이지만 결국 그 민폐때문에 모두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설정도 그저 헛웃음을 유발하기만 하는 상황에서, '인복을 타고나면 제아무리 성격이 답 없어도 목숨은 건진다'가 이 영화의 궁극적인 교훈처럼 느껴질 정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원작 소설 '견인 도시 연대기'도 과연 이런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시리즈로 풀어냈으면 더욱 스토리 측면에서 깔끔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영화가 한 편에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애쓰다보니 결국 그저 조잡하고 산만하게 다가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소한 마지막 한 방이라도 확실한 재미를 선사해준다면 나름 만족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을 상황에서, 각종 액션이 펼쳐지고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는 클라이맥스마저 어딘가 정신없게만 느껴지니 결국 이 영화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더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뿐이며, 제대로 가동만 된다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던 무기 메두사가 생각보다 화력이 약할 때의 당황스러움은 실소를 유발할 따름이다.


모3.jpg


정리하자면, 분명 충분히 더욱 매력적으로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세계관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식상한 스토리와 산만한 연출이 어우러져 얼른 끝나기만을 바라게 된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영화의 주인공이 헤스터가 아닌 테데우스의 딸 캐서린이었다면 차라리 더욱 흥미로운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스팀 펑크 장르의 재미를 최대치로 선사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를 다시 보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 싶어질 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