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산만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19.01.03. @CGV평촌
장르 특성 상 오후 시간대는 어린이 관크가 많을 것 같아 24시가 넘은 회차로 급 관람하게 된 오늘의 두번째 영화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 큰 기대 없이 관람했던 1편이 생각 이상으로 (무려 4.5점을 줄 정도로) 큰 재미를 안겨준 만큼 예전부터 한참을 기다려 온 랄프와 바넬로피의 두번째 이야기는, 비록 전편보다 못 한 것은 사실이나 기대한 정도의 만족감만큼은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영화는 1편의 좌충우돌 이후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는 오락실 세계의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랄프는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을 느끼는 바넬로피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벌이는데, 그것이 예상 밖의 사고로 번지며 바넬로피가 살아가는 '슈가 러쉬' 게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 '슈가 러쉬' 게임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베이에 올라온 오락기 부품을 구매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랄프와 바넬로피는 한정된 오락실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인터넷 세상에 접속하게 된다.
전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커진 상황에서 영화는 다시 한번 놀라운 상상력으로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1편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랄프와 바넬로피가 힘을 합쳐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추억의 오락실 게임과 함께 펼쳐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면, 인터넷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영화는 모든 것이 발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이전과는 또다른 참신함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전편에 이어 랄프와 바넬로피의 우정이다.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된 랄프와 바넬로피가 새로운 여정을 함께 하며 그 속에서 또다른 추억을 쌓기도, 때때로 크고 작은 갈등을 하기도 하는 과정을 독특하고 신선하게 풀어내고 있는 영화는, 다소 전형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이 영화만의 새로운 매력으로 담아내며 큰 재미를 선사한다.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나 카체이싱 시퀀스를 통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는 영화는, 수시로 바뀌는 배경과 상황들을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겹게 느껴진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섕크, 예쓰, 노스모어, 스팸리 등을 비롯해 예고편에 등장했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디즈니 프린세스, 그리고 디즈니가 얼마나 거대한 회사인지를 몸소 실감케 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다채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오락실 세계에서 인터넷 세계로 배경이 확장된 상황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큰 매력을 자아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세계관이 확장되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몰라도 내내 흥미롭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후반부에 이르러 급격히 산만해지고 만다. 랄프와 바넬로피가 게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게 다가오지만, 이후 그들의 우정이 와해된 후 다시 그것이 해소되는 과정은 '이건 판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야?' 하는 당황스러움을 선사하고 만달까. 그리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판을 키움과 동시에 조금은 루즈하게도 느껴져, 시계를 본 후 아직 끝나기까지 40분 남짓이 더 남았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게 느껴졌기도.
그렇게 후반부에 접어들며 급격히 산만해진다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편 못지 않은 신선함과 매력을 충분히 안겨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랄프와 바넬로피의 활약을 한 번 더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동시에, 부디 3편도 제작돼 이들의 또다른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샘솟기도.
ps. 애니메이션 장르의 특성 상 엔딩 크레딧이 무척이나 길지만, 이를 견뎌내면 만날 수 있는 두 개의 쿠키 영상도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니 꼭 놓치지 않고 관람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