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

인종의 차이를 넘어선 특별하고도 값진 우정.

by 뭅스타

19.01.03. CGV왕십리


어쩌다보니 새해가 되자마자 며칠 연속으로 차주 이후 개봉작을 관람하고 있는 요즘, 오늘 역시 유병재 작가와 유규선 매니저가 참석하는 GV 회차를 통해 차주 개봉작이자 굉장히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그린 북>을 관람하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영화는, 자칫 무겁고 진지하게 흘러갈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한 분위기 속에 매끄럽게 그려낸 작품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962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다혈질의 허풍쟁이 토니가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의 남부 투어 공연 운전기사로 고용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기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흑인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던 토니는 흑인 피아니스트 셜리의 투어 일정을 함께 하며 점점 마음을 바꾸게 되고, 어느 하나 닮은 구석이 없던 둘은 점점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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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은 토니와 셜리가 서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이다. 남부는 물론 토니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도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던 시기에 흑인 피아니스트 셜리의 운전기사로 고용된 백인이라는, 다른 이들에겐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을 상황에서 여정을 함께 하며 토니가 스스로 갖고 있던 흑인에 대한 일차원적인 편견을 점점 깨부수는 과정은 제법 흥미롭게 다가온다.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인종차별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내내 유쾌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130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만들 만한 유머 요소들을 곳곳에 삽입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며, 그만큼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써의 역할도 충실히 해낸다. <노예 12년>, <셀마>, <러빙> 등 흑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을 진중하게 다뤄낸 작품들보다 훨씬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음에도, 메시지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자 특징으로 다가온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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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배우의 호연도 러닝타임 내내 몰입감을 잃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로 다가온다. 영화를 위해 약 20kg 가량 체중을 늘렸다는 비고 모텐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비롯해 <이스턴 프라미스>, <캡틴 판타스틱> 등 전작들보다 한층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인물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며, <문라이트>로 오스카는 물론 각종 시상식의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휩쓴 마허샬라 알리의 무게감 있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다만, <캐롤>의 루니 마라,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비중이 상당히 큼에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고 있는 상황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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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1960년대 미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깔린 인종 차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로써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자가 우정을 쌓아가는 일종의 버디 무비로써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자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크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을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상영관을 나설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영화의 배경에 맞춰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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