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보다 남다른 여운을 안겨줄.

by 뭅스타

19.01.02. @CGV용산아이파크몰


정말 오랜만에 응모한 시사회가 덜컥 당첨돼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쿠르스크>.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자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120분 남짓 되는 러닝타임동안 긴박함과 답답함을 비록한 수많은 감정을 일게 만드는 한편, 끝끝내 씁쓸한 여운을 자아낸 작품이었다. 그리고 아마 이 씁쓸함은 우리나라의 관객들에겐 보다 다른 느낌으로 더욱 묵직하게 다가올 듯하다.


영화는 미하일 대위를 필두로 끈끈한 전우애를 자랑하는 러시아 해군이 핵잠수함 쿠르스크에서의 훈련 도중 예상치 못한 폭발 사고를 겪게 된 후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두 번의 폭발로 후미의 객실을 제외한 모든 곳이 처참히 망가져버린 쿠르스크에서 미하일과 병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같은 시간, 사고 소식을 들은 미하일의 아내 타냐는 전전긍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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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재난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피터 버그 감독의 <딥워터 호라이즌>이나 지난해 말 개봉한 <헌터 킬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잠수함 사고라는 점에서 더더욱 <헌터 킬러>와 유사점하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헌터 킬러>가 해양 재난을 소재로 한 한 편의 액션 스릴러라면, 이 영화는 생존자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생존자를 구출하고자 하는 이들의 감정선 묘사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가깝다.


지난 2000년 실제로 발생한 쿠르스크 호 침몰 사고를 소재로 하는 상황에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픽션이 아닌 실화이기에 더욱 묵직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후미에 살아남은 23명의 병사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부터 남편, 아들, 아빠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생존자 가족들의 처절함, 그리고 생존보다 다른 것이 우선시되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 정부의 대처 등 다양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교차 구성으로 그려냄으로써 다가오는 영화의 현장감이나 사실감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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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전작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비롯한 병사들의 생존을 위해 애쓰는 대위 미하엘을 인상적으로 연기해내며, 적은 비중에도 커다란 임팩트를 선사하는 레아 세이두의 활약 또한 돋보인다. 다만, 출연 배우 중 가장 인지도가 있다는 이유로 콜린 퍼스를 메인으로 내세운 국내 포스터를 기대하고 본다면, 그의 출연 분량이 굉장히 적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을 듯하다.


흔히 재난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고, 가장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은 끝끝내 생존자들이 무사히 구출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때일 것이다. 재난 영화를 볼 때 자연스럽게 러닝타임 내내 그들이 구조될 것인가에 집중하고 함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볼 수밖에 없기에, 이 영화의 결말은 굉장히 씁쓸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정말 충분히 생존자들을 구출해낼 수 있었음에도 뒤늦은 대처로 해피 엔딩에 이르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는 2014년 봄을 기억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더더욱 착잡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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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슷한 이유에서 상영관을 나선 순간 쉽게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강한 여운을 자아냈던 <딥워터 호라이즌>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에 비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들도 존재한다. 그들의 심리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에 더욱 깊게 공감하기엔,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얕게 다룬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감흥이 약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영화의 전개 방식이 지나치게 정석적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의 영화로써, 다시 똑같은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일종의 경각심을 일깨워준 영화로써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는 작품임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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