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맘 편히 웃고 싶은데 희한하게 웃기지가 않네.

by 뭅스타

19.01.24. @CGV평촌


이런저런 이유로 나름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오늘의 영화로 이병헌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을 관람하였다. 개봉 첫날 3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청신호를 밝힌 바 있는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그저 무난하게만 다가오고 말았다. 하도 웃기다는 평이 많아 가볍게 웃을 생각을 하며 관람한 영화가 썩 웃기지 않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영화는 실적 저조로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이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독특한 잠복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바로 그 범죄 조직만이 배달시킬 만큼 좀처럼 장사가 되지 않는 근처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는 것.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치킨집을 운영하게 된 마약반은 마형사의 놀라운 재능으로 치킨집이 유명 맛집으로 소문나게 되며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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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영화의 기본적인 소재 자체가 가져다주는 신선함만큼은 꽤나 두드러진다.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차린 마약반 형사들이 범인은 못 잡고 닭만 숱하게 잡게 된다는 설정은 분명 이전에 접해온 여느 형사물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인 만큼 무척 참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불어 손님이 바글바글해지며 범죄자 소탕과 치킨집 운영이라는 두 목적이 주객전도되며 벌어지는 해프닝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활약 속에서 제법 유머러스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고반장을 주축으로 한 마약반 팀원 다섯 명 저마다의 확실한 개성이다. 한때 대세로 우뚝 섰지만 여러 논란으로 잠시 주춤해진 류승룡 배우는 무게감을 내려놓은 코믹 연기로 극의 활력을 더하며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까지 마약반 팀원을 연기한 각각의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합은 영화의 매력을 더해주는 중요한 포인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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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시사회 이후 쏟아지던 장르 영화로써의 호평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말았다. 분명 뜻밖의 치킨집이 대박나며 곤경에 빠지는 초중반부까지의 전개는 나름의 유머를 자아내기는 하나 급격히 분위기를 달리 하며 펼쳐지는 이후의 전개는, 제아무리 개연성을 중시 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지나칠 정도로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져 되려 당혹감만을 선사하고 만다. 이무배와 테드 창 등 두 악당이 등장해 제법 진지하게 펼쳐지는 상황들도 썩 몰입감을 자아내지 못한 채 산만하게만 느껴진다.


의외로 후반부에 작정하고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가 나름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나 오히려 액션에 큰 힘을 실은 후반부는 이 영화의 주된 장르가 코미디인지 범죄물인지 모호하게 만들고 만다. 어쨌거나 그 또한 영화의 유머 코드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면 크게 상관이 없었겠지만, 빵빵 터지는 다른 관객들에 비해 한 순간도 제대로 웃을 수 없었기에 단점으로 다가오고만 만달까. 더욱 터무니없고 황당한 설정으로 중무장한 <내 안의 그놈>은 보는 내내 몇 번이고 웃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저 이병헌 감독의 유머 코드가 나와 잘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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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후기를 봤을 때 제대로 웃고 나왔다는 후기가 훨씬 많은 만큼 어쩌면 나의 개그 코드가 남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어찌 됐든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만큼은 충분히 안겨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설정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렸던 <스물>이나 감독의 전작 <바람 바람 바람>에 비해 유머 요소들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만큼 최소한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찝찝한 뒤끝만은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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