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

올해 최악의 영화를 벌써 만난 것 같은 느낌.

by 뭅스타

19.01.31. @CGV평촌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1월의 마지막 영화로 한준희 감독의 신작 <뺑반>을 관람했다. 시사회 때부터 어제 정식개봉 후까지 관람객들의 평이 상당히 안 좋아 걱정이 앞섰던 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은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아직 1월인데 올해 최악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은 작품을 만났다고.


영화는 레이서 출신 사업가 재철의 범행을 수사하던 내사과 경위 시연이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되며 시작된다. 제대로 환경조차 갖춰있지 않은데다 팀원도 두 명뿐인 뺑소니 전담반으로 오게 된 시연은 세 달 전 벌어진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게 되고 뺑반의 에이스 순경 민재와 함께 재철을 잡기 위한 고군분투를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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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감독 스스로도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의심하게 될 정도로 스토리가 한없이 허무맹랑하고 도저히 현실에 펼쳐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들이 연이어 펼쳐지기에.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133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단 한 순간도 상황에 몰입하거나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이입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다짜고짜 장황하게 펼쳐지는 상황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좀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어우러지지 못하며, 인물들이 겪는 갈등이나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클라이맥스 역시 그저 뭐가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는 '남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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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전담반을 줄인 <뺑반>이라는 제목과 달리 영화에서 말그대로 그 뺑반이 어떤 활약을 하는 것은 제대로 묘사되지 않으며, 특히 혼자서는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은시연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전개에서 그 캐릭터를 쏙 빼도 아무 상관이 없을 정도로 불필요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권력 앞에 굴복하고 마는 인물들의 변모하는 양상이 계속해서 펼쳐짐에도 그 무엇 하나 야심찬 반전으로 느껴지기보단 당황스러운 설정으로만 보인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재철과 민재의 카체이싱은, 사실상 이를 그려내기 위해 이전까지의 괴상한 스토리가 있었던 것처럼 큰 힘을 들인 티가 역력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마저도 특별한 감흥을 선사하지 못한다. 특히 클라이맥스레서 우계장이 재철을 잡기 위해 어떤 일을 벌이는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감동 코드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웃음도 안 나올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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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배우들의 연기 또한 크게 두드러지지 읂는데, 이는 배우들의 문제라기보단 애초에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나도 부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연이라는 캐릭터는 앞서 말했듯 극에서 없어도 무방한 상황에서, 애써 악랄해보이려고 애쓰는 재철이란 캐릭터도 큰 매력을 선사하지 못하고 물론 중반부 이후 큰 사건을 겪긴 하지만 입체적이다보니 갑자기 이전과 전혀 다른 성격으로 분하는 민재의 인물 변화도 황당하기만 하다.

이외에도 이 영화가 왜 그토록 별로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은 차고 넘치지만,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상영관에 앉아서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겹기에 더이상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그와중에 마치 흥행에 성공하면 속편을 제작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한 쿠키 영상은 화룡점정을 제대로 찍고 마는데, 정녕 이러한 시나리오, 이러한 인물 설정으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건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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