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워>

아련한 로맨스의 정서만은 무척 두드러지지만.

by 뭅스타

19.02.08. @CGV평촌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관람 예정 목록에 있었으나 갑자기 한 회차 상영이 취소되며 관람을 미뤘어야 했던 그 영화 <콜드 워>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사실상 영화를 관람한 지는 몇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이래저래 하다보니 새벽이 되어서야 리뷰를 쓰게 된 이 영화는, 기대치에 비해선 다소 무난한 정도에 그치고 만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콜드 워>라는 제목 그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 접어든 1949년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악단을 꾸리는 지휘자 빅토르와 일찍부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줄라의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15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그들의 사랑을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영화는 자연스레 그들의 이야기애 주목하게 만들며 묘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전작 <이다> 역시 평단의 호평에 비해 다소 무난하게 느껴진 상황에서 이 영화 또한 특출나다고 할만한 감흥을 선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진작부터 너무나 높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시계를 보며 대체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끝맺고자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풀어내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게 될 정도였달까.

어쨌든 이 영화를 보며, 혹은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따뜻함이다. 시대적 배경때문에 서로를 너무나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빅토르와 줄라의 이야기는 때때로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론 희한하리만치 따뜻한 감정을 선사한다. <로마>, <레토> 등 더이상 흑백 영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새삼 흑백으로 이야기를 풀어냄에도 '이렇게나 포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작품이랄까.


더불어 영화 내내 핵심적인 장치로 사용되는 폴란드의 민요 '심장'의 변주 또한 의미있게 다가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두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촬영 방식 또한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왜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촬영상과 감독상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칫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두 인물의 상황을 섬세하게 풀어낸 연출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아쉬운 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를 둘러싼 이웃 나라의 태도가 어땠는지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 내내 수시로 변화하는 두 인물의 감정선이 쉽사리 공감되지만은 않는다. 89분이라는 무척이나 짧은 러닝타임동안, 때때로 차라리 러닝타임을 더 길게 이어가고 두 인물의 심리를 자세하게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영관에 불이 켜지는 순간 내가 뭘 본건지 쉽게 정리가 안 되는 당혹감을 선사하고 만다.


영화 내내 짧지 않은 시간을 건너뛰어가며 두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을 차분하게 그려나가지만, 너무 시간의 경과가 길기 때문인지 두 인물의 감정선에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어쩌면 꽤나 감동적으로 느껴져야 할 순간들에 이르러서도 '왜 저들이 굳이 저렇게 해야만 하는걸까' 하는 의문을 불러모으며 무척 짧은 러닝타임마저 마냥 짧게만은 느껴지지 않고 만다고 할까. 결국 수많은 물음표를 남긴 채 상영관을 나서고만 마는 다소 당황스러운 관람을 하는 데에 그치고 마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흑백 영화로써 쉽게 관객들에게 자아내지 못할 따뜻함과 쓸쓸함의 정서를 함께 안겨주기도 하며,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매력 역시 물씬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반적인 이 영화가 이렇다 할 만큼 특별한 감흥을 선사하지는 못했기에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 중 네 편을 관람한 상황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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