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보는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의 재기발랄함.
19.02.13. @CGV평촌
금일 개봉한 두 편의 한국 영화를 연달아 관람할 예정인 오늘의 첫 영화 <기묘한 가족>.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예상은 했지만 시사 이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고 있는 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동안 관람한 한국 영화 중 이보다 취향을 많이 탈 영화는 없으리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운영하던 주유소가 망한 후 꼼수로 돈을 벌던 준걸의 가족이 정체 모를 남자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다. 어떤 일을 당해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남자를 좀비라고 확신한 준걸의 가족은 그에게 물린 만덕이 혈기를 되찾자 이를 이용해 돈을 벌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독특한 사업은 마을의 위기를 초래하고 만다.
대충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고 좀비가 등장하는 코미디물을 기대한 상황에서 다소 기대를 어긋나는 영화의 초반부는 꽤나 당황스럽다.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건지 모를 정도로 조잡하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전개는 '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하며, 처음으로 보는 도중 상영관을 나섰던 <원라인> 이후 오랜만에 중간에 나갈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이 영화는 중반부 이후 제법 취향에 부합한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어떤 시퀀스를 오마쥬한 듯한 클라이맥스를 비롯 <시실리 2km>, <늑대소년>, <좀비랜드>, <부산행>, 그리고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들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이 황당함과 산만함의 연속은 꽤 인상적이다. 한국 상업영화로는 정말 오랜만에 패기 넘치고 재기발랄하며 비범한 영화를 만난 기분이랄까.
초반에는 좀처럼 하나로 어우러지지 않던 캐릭터들이 본격적인 조화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정재영, 김남길, 이수경, 엄지원 등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 저마다의 활약도 두드러지며, 미술이나 촬영 등 스토리 외적인 연출에도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한 만큼 그또한 나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너무 황당해서 나오는 실소일지라도 코미디 영화로써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며, 좀비를 소재로 하는 영화로써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긴장이나 스릴을 조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호불호가 정말 극명히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상업영화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장르적 클리셰를 과감해도 너무 과감하게 깨버리는데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은 분명 이를 그저 난잡하고 조잡스럽게만 느끼는 관객들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당장 시사회 이후의 평가나 오늘 개봉 후의 평가를 훑어봐도 호평보다 혹평이 많은 만큼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을 것인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영화를 연출한 이민재 감독이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신인 감독이기에 그의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정말 만들고 싶은대로 작정하고 만든 듯한 감독의 패기도, 이 영화를 투자하고 배급한 이들의 결정도 그저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그리고 어쩌면 아마 시간이 흘러 이민재라는 감독이 더욱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 분명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대중성과 흥행에 대한 무게때문에 이 작품에서 보여준 남다른 패기를 억누르지 않길 응원하고 싶을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