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뻔뻔하게 돌아온, 장르 잡탕 코믹 호러.
19.02.16. @CGV평촌
지난주 개봉작 중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해피 데스데이 2유>. (이시이 유야 감독의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재작년 부산에서 관람) 지난 2017년에 개봉한 1편이 신선한 소재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웠던 만큼 썩 기대가 크지는 않았던 이 영화는, 대체적으로 1편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에 비해 나에겐 전작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시리즈만의 독특한 개성이 보다 잘 살아난 듯한 느낌이었달까.
1편에선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카터의 룸메이트 라이언이 트리가 그랬던 것처럼 죽음 이후 하루가 반복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런저런 사건을 거쳐 다시 트리가 생일을 맞이한 하루에 갇히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시 베이비 마스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트리는 자신의 하루가 반복되는 원인을 찾고 모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속편 제작이 확정됐을 때부터 2편에서는 왜 트리의 하루가 갇혀지는가에 대한 원인을 밝히겠다고 한 바 있는 감독은 그가 말한 대로 하루가 반복되는 나름의 원인을 그려낸다. 그 원인이 양자역학 실험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좀처럼 이해가지 않는 각종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 다소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영화는 이 시리즈 특유의 황당함을 밀어붙이며 당혹스러운 설정을 이내 재치있는 요소로 승화시킨다.
1편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확실히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장르가 뒤섞여있다. 호러 명가라고 불리는 블럼 하우스에서 제작한 영화임에도 공포 요소는 1편보다 더욱 얕게 느껴지며, 대신 <앤트맨>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SF 요소가 그 자리를 메운다. 여기에 전편에서 중반부 이후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왔던 가족을 소재로 한 감동 코드 또한 <어바웃 타임>이나 [고백부부]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과 함께 더욱 크게 다가오며, 나름 로맨스 영화로써의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이렇게 각종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전편보다 더욱 심화된 것은 이 영화의 호불호를 가장 크게 좌우할 요소처럼 보인다. 특히 긴장감 있는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관람한 이들에겐 공포와는 거리가 다소 먼 영화의 분위기에 꽤나 당황할 수도 있으며, 장르의 혼합이 조금은 산만하고 조잡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포, SF,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를 넘나드는 영화의 분위기는 어수선한 와중에도 제법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어느 순간 어디로 튈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이 영화가 어디까지 갈지 호기심을 갖고 즐기게 된달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편의 놀라운 성공 이후 제작이 확정되고 촬영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편과 함께 찍은 것마냥 전반적인 상황이나 인물들의 동선이 전편과 무척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1편의 소재나 배경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이를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 그리고 단순히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 이를 나름의 개연성을 갖춘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풀어낸 감독의 능력은 어떤 면에서는 꽤나 영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제대로 파고 들면 허점이 많을 만한 영화이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깊게 따져들 생각도 없을 뿐더러 따져들 수 있는 과학적 지식도 없으니..
정리하자면 1편이 긴장감을 자아낼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봤다가 조금은 다른 길로 새어버리는 탓에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졌다면, 1편으로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관람한 이번 영화가 더욱 작정하고 각종 장르를 버무린 만큼 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개개인마다 확연히 갈리는 거라곤 하지만, 전작을 재밌게 본 관객들이 대부분 그보다 아쉽다고 평가하는 이 속편이 전작을 아쉽게 본 나에겐 이전보다 더욱 재밌게 다가온 것이 조금은 특이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ps. 초반부에 전편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주기는 하지만 이후에도 1편과 이어지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만큼 전편을 관람한 후에 보는 것이 훨씬 나을 듯하며, 엔딩 크레딧 중간에 3편 제작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등장하니 그것 또한 꼭 놓치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