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기대되는 감독에서 믿고 보고 싶은 감독으로 성장하다.

by 뭅스타

19.02.20. @CGV평촌


오늘의 영화로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이 4년만에 내놓은 신작 <사바하>를 관람했다. 전작으로 한국 오컬트 무비의 새 장을 연 만큼 진작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검은 사제들>보다 좋았을 뿐 아니라 <곡성> 이후 오랜만에 한국에서 이런 소재를 이렇게 잘 살릴 수 있단 것에 감탄하면서 관람하게 된 작품이었다.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영화는 신흥 종교의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 목사가 사슴 동산이라는 신흥 단체에 대해 캐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사실에 접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한편, 쌍둥이 언니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열 여섯 살 소녀 금화와 수상쩍은 정비공 나한의 이야기까지 교차로 펼쳐지며 영화는 점점 미스터리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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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척 참신하다는 것이다. 오컬트적인 분위기로 시작하는 초반부부터 아무 연관도 없어보이는 퍼즐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는 과정까지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영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함과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이는 단순히 '한국 영화치고 참신하네'를 넘어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보기 힘든 개성처럼 느껴진다.

대체 어떻게 회수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던 떡밥들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은 때때로 단순히 흥미로운 것을 넘어 감탄스럽기까지 한데, 이전의 장치들이 후반의 설정을 위해 쌓아온 탄탄한 복선임을 알게 되면서 직접 시나리오까지 집필한 장재현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꽤나 놀랍게 다가온다. 물론 찬찬히 곱씹었을 때 100% 이해되지 않는 설정들이 더러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칫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해가며 떡밥을 회수하는 후반부는 상영관을 나온 후에도 깔끔한 뒷맛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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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박정민을 비롯 이재인, 이다윗, 진선규, 정진영 등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극의 무게감을 더하는데 의도적으로 출연 사실을 숨긴 것 같아 언급하기 난감한 어느 배우의 예상치 못한 활약 또한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본격적으로 사건이 펼쳐지기 전에 등장하는 몇몇 유머 코드 역시 특별히 과하지 않은 정도에 그쳐 극의 몰입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의식한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장르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처럼 보이고, 그만큼 관람객들의 평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보다 훨씬 탄탄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풀어낸 장재현이라는 감독이 앞으로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더더욱 큰 기대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마치 <검은 사제들>을 통해 주목할 만한 감독으로 부상했다면 이 영화로는 주목해야만 하는 감독이자 어쩌면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해낼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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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검은 사제들>이 다시 아쉬웠더라도 <곡성>을 재미있게 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며,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뒤집는 후반부의 전개가 가장 핵심으로 다가오는 만큼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고 사전 정보를 최소화한 채 관람하시길 추천드리는 바이다. 결말을 알고 난 후 다시 봤을 때 이전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이 드는 만큼 얼른 재관람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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