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모든 면에서 제대로 취향 저격.
19.02.21. @CGV평촌
<더 랍스터>와 <킬링 디어> 등 전작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 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자 정말 오래 전부터 개봉을 기다려 온 그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관람했다. 다음 주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수많은 매력을 통해 부푼 기대를 더할 나위 없이 충족시켜주었다.
18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몰락한 귀족 출신의 여성 애비게일이 왕궁의 하녀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질적인 권력의 실세 사라가 여왕 앤의 무한한 총애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귀족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애비게일의 등장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그렇게 권력을 두고 벌이는 세 인물 간의 치정극이 펼쳐지게 된다.
영화는 굳이 오래 지켜볼 것도 없이 초반부터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작들에서부터 그만의 독특한 연출 세계를 펼쳐 온 요르고스 란티모스만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정점을 찍은 듯 보이는데 촬영, 세트 디자인, 의상, 음악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주고 관람하는 것이 염치없게 느껴질 정도로 우아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보다 보면 어떻게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영예를 얻게 되었는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된달까.
무엇보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동안 펼쳐지는 스토리는 내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낼 만큼 무척 흥미롭다. 각기 목적은 다르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하는 두 여자 사라와 애비게일이 펼치는 기 싸움은 당장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폭풍전야의 분위기 속에서 굉장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이야기의 핵심 인물인 앤의 감정이 수시로 변화하면서 계속해서 급변하는 전개를 지켜보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더불어 수많은 사건이 펼쳐진 후 남겨진 이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그려내는 엔딩 시퀀스도 깊이 있는 여운을 자아낸다.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편의적으로 주조연의 구분을 지은 듯 하지만, 사실 상 모두 주연이라고 할 수 있을 세 배우들의 열연 역시 압권이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이상 도저히 마다할 수 없을 정도로 입체적이며 개성 강한 세 명의 인물들은 그들 각자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의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통해 최대치의 매력을 안겨주는데, 모두가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특히 그 중 레이첼 와이즈의 호연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빛난다.
정리하자면 자칫 전형적인 막장 치정극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이야기를 그만의 독특한 연출로, 그리고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극에 달한 연출로 풀어낸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 세계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의 두 전작 <더 랍스터>나 <킬링 디어>에 비해 훨씬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메시지를 이해하기도 쉬운 영화인 만큼 호불호도 크게 갈리지 않는 나름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며, 다음 주 기획전을 통해 만나게 될 감독의 2009년작 <송곳니>는 과연 어떤 감흥을 안겨줄지 벌써부터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