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체이싱>

분명 신선한데, 그 신선함이 마냥 맘에 들지는 않는다.

by 뭅스타

19.02.22. @CGV평촌


리암 니슨이 또, 또, 또 복수를 한다는 시놉시스만 봤을 땐 좀처럼 안 끌렸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오늘의 영화 <콜드 체이싱>.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아쉽게도 보는 내내 이렇다 할 만한 감흥을 전혀 선사하지 못한 채 형용하기 힘든 당혹감만을 안겨주었다.

영화는 모범시민상을 받을 만큼 일에 충실한 제설차 운전수 넬스가 그의 아들 카일이 마약 조직에게 살해된 후 처절한 복수를 펼쳐가는 과정을 그린다. 조직의 우두머리를 찾아 넬스가 부하들을 한 명 한 명 제거해나가는 가운데, 그들의 보스 바이킹 역시 부하들을 처단하는 의문의 정체를 찾아 앙갚음을 하기 위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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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우려했던 것과 달리 <테이큰>을 필두로 한 리암 니슨 표 복수극과는 분위기를 전혀 달리 한다. 물론 영화 초반부터 그의 아들이 살해당하고 다시 한 번 그가 복수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전작들과 꽤 유사해 보이지만, 전작들이 액션이 주가 되는 스릴러였다면 이 영화는 액션보다는 스토리 전개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120분 남짓 되는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다양한 작품을 연상케 하는 재미를 안겨주기는 한다. 한 명 한 명 살해될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자막으로 표기하는 연출은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재치가 느껴지며, 이후에도 영화의 분위기나 상황들에 따라 <윈드 러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로건 럭키> 등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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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언급한 영화들이 꽤 흥미롭게 본 작품들인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보는 중간에도, 결국 영화가 다 끝나고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내가 대체 뭘 보는거지?' 하는 당황스러움을 선사하는 데에 그치고 만다.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기엔 그 어떤 긴장이나 스릴을 자아내지도 못하며, 블랙 코미디라고 접근하기엔 물론 몇 장면에선 생각지 못한 황당함에 실소를 터뜨리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유머를 자아내지 못하며, 백인과 인디언의 대립을 통해 미국 사회를 풍자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접근하기엔 그 메시지가 어딘가 얕게만 다가온다.

관람객들의 후기를 보면 취향이 맞는 이들에겐 보는 재미를 꽤나 안겨주는 작품인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나 역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지만 극호인 평가도 많기에 호기심으로 관람했으니.)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어떤 면에서도 돋보이지 않는, '그래도 보다 보면 구미를 당기는 뭔가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봤지만 마지막까지 어떤 감흥도 안겨주지 못한 영화로 남고 말았다. 물론 찬찬히 곱씹어보면 그냥 흘러보내는 듯한 대사들 속에 나름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직설적이든 은유적이든 이보다 더욱 확실하고 흥미롭게 미국 사회의 이면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영화들이 충분히 많은 상황에서, 과연 이 영화가 다른 작품들과 다른 특별한 개성을 지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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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리하자면 초반부만 해도 이제는 식상하기 짝이 없어진 리암 니슨 표 범죄극이 아니라는 점때문에 점점 흥미를 당겼지만, 중반부 이후에 접어들면서 차라리 그 뻔한 리암 니슨 표 범죄극이었다면 비록 전형적이고 진부하더라도 최소한의 재미는 안겨줬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물씬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할까. 아무튼 극악의 상영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보겠다는 마음으로 굳이 새벽 늦게 끝나는 회차로 관람할 필요는 전혀 없던, 그렇게 밤늦게 관람했기에 더더욱 허무하고 당황스럽게만 느껴진 작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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