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함과 신선함, 그 어딘가에.
19.02.24. @CGV평촌
4월 개봉 예정이지만 다행히 CGV 아카데미 기획전 라인업에 포함된 <퍼스트 리폼드>를 오늘의 두번째 영화로 관람했다. 비록 정작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엔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지만 주연을 맡은 에단 호크가 각종 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던 만큼 진작부터 기대가 컸던 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든 무척 놀랍고 신선하며 충격적이었다. 전혀, 조금도 생각지 못한 스타일의 영화였다고 할까..
영화는 250년의 역사를 지닌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담당 목사 톨러가 심적 변화를 겪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출소 후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남편 마이클과 만나달라는 메리의 제안을 받은 톨러는 마이클을 만나며, 그리고 마이클이 어떠한 일을 겪으며 그동안 가져보지 못한 의문을 품게 되고 이는 톨러의 삶을 뒤바꿔 놓는다.
이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의미에서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는데, 먼저 영화는 110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무척 잔잔하고 또 잔잔하게 펼쳐진다. 살면서 이보다 잔잔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 싶었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고스트 스토리>를 능가할 정도로 조용하고 정적으로 흘러가는 전개는 이 영화의 호불호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로 보이며, 아침 일찍부터 영화를 보러 나온 나에겐 어쩔 수 없이 힘겨운 관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다른 놀라운 점은 그 잔잔함 속에서 펼쳐지는 전개나 궁극적인 메시지가 무척 참신하다는 것이다. 톨러가 써내려가는 일기를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며 시작하던 영화가 환경 문제에 접근하게 되고,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가 모순되고 타락한 종교 문제와 결합하고 결국 이것이 한 인간의 내적 변화를 야기한다는 전개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심오하고 난해한 동시에 생각 이상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결코 이 영화의 스토리를 100%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메시지가 때로는 직설적인 대사로, 때로는 은유적인 장치들로 펼쳐지는 영화는 개봉 이후 평론가의 해설을 들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혹은 평론가의 해설을 들어도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영화의 엔딩은 가뜩이나 수많은 물음표가 맴도는 머리 속에 더욱 큰 의문을 남기는데, 그럼에도 영화가 남기는 의문들은 난해함에 진저리치기보다는 의미를 하나 하나 파악하고 곱씹어보고 싶은 흥미를 안겨준다.
이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놀라운 것은 단연 에단 호크의 연기이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범한 목사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건을 맞닥뜨린 후 내면의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되고 자신이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톨러라는 인물은 에단 호크의 섬세하고도 강렬한 연기와 어우러져 굉장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배우들 중 크리스찬 베일과 윌렘 대포의 연기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라미 말렉과 비고 모텐슨, 브래들리 쿠퍼는 충분히 노미네이트될 만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 영화의 에단 호크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2년 전 <컨택트>의 에이미 아담스가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실패했을 때처럼 무척 의아하다.
아직 정식 개봉까지 두 달 여가 남은 작품이지만, 호불호가 굉장히 극심하게 갈릴 영화라는 것은 벌써부터 충분히 확신할 수 있을 듯 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른 그 어떤 영화들보다 심오하고 기묘한 작품임은 분명해 보이는, 그럼에도 참신한 전개와 참신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곱씹어보게 만드는, 실로 희한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