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

시간은 잘 가는데, 희한하게 심심하네.

by 뭅스타

19.02.28. @CGV평촌


급 여유가 생겨 급 관람하게 된 오늘의 두번째 영화 <빠삐용>. 유감스럽게도 내일부턴 상영관이 제대로 증발해버리는 만큼 볼 수 있을 때 보자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분명 지루하지도 않고 분명 나름의 재미도 안겨주는데 희한하게도 꽤나 심심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빠삐용이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쓴 이들에게 복수하겠다는 목표로 탈옥을 결심한 그는 교도소에서 국채 위조 혐의로 잡혀 온 백만장자 드가를 만나고, 둘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교도소에서 우정을 쌓으며 목숨을 건 탈출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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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원작이 있다는 것만 얼핏 알 뿐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른 채 관람한 상황에서 영화는 빠삐용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탈옥을 계획하는 과정,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게 그려진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두 시간이 넘지 않는 영화를 찾기가 더 어려운 것도 같지만,) 133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 수시로 희비가 교차되는 전개를 지켜보는 것은 적잖은 몰입감을 자아내며 앞으로의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유발한다.

당장 며칠 전 <보헤미안 랩소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을 비롯해 주조연급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만, 사실 상 철저히 주인공 빠삐용을 연기한 찰리 허냄이 이끌어가는 영화처럼 보인다. <퍼시픽 림>, <킹 아서 : 제왕의 검>, <잃어버린 도시 Z> 등을 통해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 온 찰리 허냄은 오직 자유를 꿈꾸며 긴 세월을 버티고 또 버티는 빠삐용의 처절함과 절박함을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소화해낸다. 언급한 전작들에서도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그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 한 발짝 더 도약한 듯이 느껴질 정도로 찰리 허냄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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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분명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특별히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특별히 거슬리는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만의 특별한 개성이나 확실한 강점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탈옥을 계획하고 다시 잡혀서 교도소로 돌아오는 과정이 몇 번씩 반복되다보니 영화는 긴장감을 자아내다가도 어느새 허무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며, 후반부의 어떤 상황은 조금은 작위적인 우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시퀀스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뚝뚝 끊기는 듯이 느껴지는 편집의 영향이 큰데, 7년 여의 시간을 압축한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그 세월을 요약하는 과정이 어딘가 매끄럽다기보다는 뜬금없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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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감동도 나름 물씬 느껴지기도 하고, 찰리 허냄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을 만큼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빠삐용과 드가의 때때로 단순한 우정을 넘어 일종의 퀴어물처럼까지 보이는 브로맨스를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게 다가오지만, 영화 내내 고생한 티가 역력한 찰리 허냄의 활약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국내와 해외 모두 이 리메이크작보다 더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는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1973년작 <빠삐용>을 관람해 이와 비교해보고 싶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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