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 유관순 이야기>

아쉬움 속에서도 의의만큼은 빛난다.

by 뭅스타

19.03.01. @CGV평촌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3월의 첫 날,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항거 : 유관순 이야기>를 관람하였다. 이런 소재가 잘 만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으로 자리잡기도 하는 반면, 자칫 오직 의의만 남는 작품에 머물기도 하는 만큼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상태로 관람한 이 영화는, 최소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피 땀 흘려가며 일제와 싸운 이들의 정신을 기리는 역할만큼은 충실히 해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1 운동 이후 3평이 채 되지 않는 서대문 감옥 8호실에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던 유관순이 석방을 이틀 앞두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비좁은 감옥에서도 대한 독립을 외치고 일제에 굴하지 않는 등 확고한 신념을 지킨 채 생을 마감한 그녀의 이야기는 러닝타임 내내 제법 묵직하게 다가온다.

movie_imageB829YL2Y.jpg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소재만으로도 애국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그저 신파적으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부족한 연출을 애국심에 기댄 채 풀어내는 작품은 아니다. <명량>, <연평해전>, <귀향> 등 역사적 사건을 아쉽게 그려낸 몇몇 작품과 달리 이 영화는 어쩌면 더욱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극적인 연출을 최대한 배제한 채 이야기를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풀어나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알 수밖에 없을 유관순 열사를 연기한다는 것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되었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고아성 배우는 그녀가 맡은 바를 충분히 인상적으로 소화해낸다. <괴물> 이후 출연한 작품들에서 조금은 아쉬운 연기로 다가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이전보다 한 단계 도약한 것처럼 느껴진다.

movie_imageLY5AU0HF.jpg


앞서 말했듯 걱정이 앞섰던 이 영화를 그래도 한 번쯤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 어쩌면 주연을 맡은 고아성 배우보다도 더욱 기대가 컸던 세 배우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은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으며 특히 향화를 연기한 김새벽 배우의 존재감은 언제나처럼 무척 두드러진다. 여기에 단편영화 <동아>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선보인 류경수 배우의 활약도 그의 앞으로의 연기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줄 정도로 인상적이다.

한편, 신파를 배제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것은 좋으나 어떤 면에선 특별한 깊이나 감흥까지 끌어내는 데엔 실패한 것처럼 느껴져 아쉽기도 하다. 온갖 고문 속에서도 일제에 굽히지 않고 꿋꿋이 저항한 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이를 묘사한 자체로 적지 않은 여운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나, 단지 영화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에 감정적으로 이끌리는 데에 그칠 뿐 그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안겨주지는 못한다.

movie_imageH4UGC3HJ.jpg


영화 중간중간 활용되는 페이드 인-아웃 효과도 영화적 장치라고 이해하기엔 다소 빈번하게 펼쳐지다 보니 각각의 시퀀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일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문경찰로 활동한 니시다를 묘사하는 모습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조금은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를 관람한 후에 자연스럽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이들을 떠올리게 되고 가슴 한 편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소재가 소재인 만큼 어쩌면 이보다 더 깊이있고 무게감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주>만큼은 되지 못했지만 <도마 안중근>에 비해서는 훨씬 나았다는 것에 만족하기에는, 다름 아닌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더더욱 지금의 완성도에 머문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