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극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영화가 소동극마저 재미가 없을 때.
19.03.02. @CGV평촌
원래 <바이스>와 <송곳니>를 연이어 볼 예정이었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보다 주말에 꽉 찬 상영관에서 보기 싫은 게 더 크게 다가와 관람을 다음으로 미루고, 어쩌다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어쩌다, 결혼>. 평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 큰 기대는 없었던 영화는, 여러 의미에서 꽤나 당황스럽게 다가온 작품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선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 성석과 결혼에 대한 엄마와 오빠들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해주가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애정이라곤 전혀 없는 위장 결혼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와중에도 순탄하게 목적을 향해 달려가던 둘의 위장결혼은 끝끝내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강점은 각각의 캐릭터들 저마다의 매력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두 주인공 성석과 해주를 비롯해 그들 각자의 가족과 지인 등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내며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데, 특히 조우진, 김선영 등 조연급 배우들의 활약과 생각지 못한 등장으로 반가움을 안겨주는 카메오들의 출연은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드라마는 원체 챙겨보지 않는 만큼 개인적으로는 2013년작 <롤러코스터> 이후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난 고성희 배우는 이 영화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의 매력을 원없이 보여준다. 썩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성석이라는 캐릭터에 비해 영화 자체가 해주의 이야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를 연기한 고성희 배우의 활약은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그녀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아쉽게도 오직 캐릭터들의 매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영화에서 돋보이는 장점을 찾기는 힘들다. 러닝타임이 90분이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의 전사를 애니메이션과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는 오프닝부터 어딘가 친절함보단 안이함으로 다가온 영화는 이후 온갖 사건이 펼쳐진 끝에 갈등이 해소되는 마지막까지 궁극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 수 없는 황당함만을 안겨주고 만다.
어떤 의미에서 영화는 위장결혼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보다 한 편의 소동극을 그리고 싶어서 위장결혼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추측의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클라이맥스가 유독 공들인 티가 나기 때문인데 아쉽게도 한 편의 소동극으로 접근하더라도 영화는 특별한 재미나 개성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하나의 소동극을 완성하기 위해 이전에 쌓아온 설정들이 다소 산만하고 조잡하게 느껴지다보니 소동극을 대표하는 <대학살의 신>이나 <더 파티>같은 영화처럼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보다는 그저 애썼다는 생각만을 들게 만든다. 더불어 이 한바탕의 소동이 끝난 후 영화가 맞이하는 엔딩도 왜 이전까지 그토록 힘들게 발버둥쳤나 싶을 정도로 깔끔함에 앞서 허무함을 안겨주고 만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매력만이 빛날 뿐 이야기 자체는 두드러지는 재미를 선사하지도, 확실한 메시지를 담아내지도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더 파티>도 러닝타임이 71분에 불과했던 것을 보면 이는 단순히 러닝타임의 문제라기보단 시작부터 조금은 안일한 기획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며, 이미 후기에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목에 '결혼'이 들어감에도 이 영화의 장르를 로맨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