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오프닝 로고와 쿠키 영상만이 기억에 남을 뿐.

by 뭅스타

19.03.06. @CGV용산


수 백번의 새로고침 끝에 기어코 용산 아이맥스로 관람한 오늘의 영화 <캡틴 마블>. 주연을 맡은 브리 라슨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개봉 전부터 유난히 시끌시끌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나에겐 다소 평이하고 무난한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웬만하면 주저없이 4점 이상을 주었던 마블코믹스의 영화 중 <블랙 팬서>에 이어 두번째로 3점을 주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만 해도..

영화는 할라 행성에서 다른 크리 족들과 함께 살아가던 비어스가 임무를 수행하던 중 스크럴들에게 붙잡히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비어스는 그녀의 기억을 읽어내려는 스크럴들을 공격한 후 탈출하는데, 우주선이 추락하면서 C-53 행성이라고 부르는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닉 퓨리와 만난 비어스는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비롯한 충격적인 비밀에 조금씩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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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무비 중 한 편이라고 봤을 때 영화는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기는 한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흘러간듯 느껴지기도 하고 중간중간 삽입된 유머 코드도 제법 웃음을 유발한다. 더불어 보통의 MCU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등장했던 쉴드 국장 닉 퓨리의 젊은 시절을 보는 재미 또한 영화에서 나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영화만의 확실한 개성이나 강점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데, 최소한 캐스팅 단계부터 미스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던 브리 라슨은 그녀가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낸다. 개인적으로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녀가 이후로도 보다 의미있는 영화에 출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별개로 이 영화에서 그녀는 충분히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캐스팅을 두고 둘러싼 팬들의 우려를 상당 부분 씻겨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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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영화의 궁극적인 문제는 전반적인 스토리 자체에 있는데, 영화 속 대부분의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는 어딘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봐 온 듯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나름 중반부 이후 한번 상황을 뒤엎기는 하지만, 그 설정 또한 신선하기보다는 지극히 전형적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더불어 비어스가 처음 지구에 착륙하는 설정을 비롯해 영화의 몇몇 설정들이 지극히 우연에 의해 펼쳐지는 것 역시 영화를 무난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스토리 자체가 평이하다보니 결국 슈퍼히어로의 솔로 무비로써 캡틴 마블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도 크게 와닿지 못한다. 초반부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액션 시퀀스가 연이어 펼쳐지지만 그 역시 '캡틴 마블의 능력이 참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뿐 그 시퀀스 자체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이는 여성 슈퍼히어로의 솔로 무비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 DC의 <원더 우먼>과 비교하면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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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 앞서 캡틴 마블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다리 역할에 그치다보니 상대적으로 빌런은 대체 메인 빌런이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특별히 존재감을 자아내지도,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도 못하며 당장 캡틴 마블 자체도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분명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하지만, 어딘가 그 과정에서 특별한 공감이나 이해를 불러모으지는 못하는데 이는 설정 측면에서 유사하게 느껴지는 <알리타 : 배틀 엔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앞으로 본격적인 세대 교체에 들어갈 마블 코믹스를 이끌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으로써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기는 하나, 하나의 독립적인 영화로 봤을 땐 특별한 감흥을 안겨주지 못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엔 충분하지만 한 순간도 그 이상의 임팩트를 자아내지는 못한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며 가슴이 크게 뛰었던 유일한 순간이 새롭게 바뀐 오프닝 로고가 펼쳐질 때라는 것이 당황스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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