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기보단 교육용 영상에 가까워 보인다.
19.03.13. @CGV압구정
<그때 그들> 관람 후 한껏 피폐해진 상태에서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오늘의 두번째 영화 <원 네이션>. <원 네이션, 원 킹>이라는 제목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부터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뭐랄까, 분명 소재 자체는 꽤나 흥미로운 역사 수업을 구태여 구태여 어렵게 듣는 기분이었달까. 시사회 이후 진행된 GV가 없었더라면 그저 머리가 하얘진 채로 상영관을 나왔을 것만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루이 16세 왕의 무능력함으로 가난과 절망에 시달려야 했던 프랑스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시작으로 혁명의 불꽃을 피우기 시작한 1789년부터 몇 년 간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가뜩이나 민심을 완전히 잃은 상황에서 몰래 국경을 빠져나가고자 한 루이 16세를 처형해야 하는가에 대한 길고 긴 논쟁을 벌인 끝에 그가 단두대에 처형된 1973년 1월까지, 약 4년 간의 과정을 두 시간 여의 러닝타임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얘기해야 할 부분은 세계사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 않았던 만큼 프랑스 혁명의 구체적인 배경이나 과정에 상당 부분 무지한 채 관람했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이 영화의 연출이나 장면 묘사는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일어난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레미제라블>은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도 당시의 분위기나 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것이 쉬웠던 것과 달리 이 영화의 경우 단순히 이 작품만으로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어렵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 영화가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진 가장 큰 이유는 편집때문으로 보이는데, 영화는 4년 여의 시간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상황 자체의 구체적인 묘사보다 몇몇 장면들의 나열에 초점을 맞춘 듯이 느껴진다. 다시 말해 마치 '이쯤에서 이걸 집어넣어야지.' 라는 듯한 접근의 연속으로 보이는, 그런 점에서 조금은 뚝뚝 끊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편집은 결과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 아니라 몰입감마저 떨어뜨리고 만다.
더불어 가난한 세탁부 프랑수아즈와 떠돌이 바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나갈 것 같던 초반부와 달리 영화는 전개가 거듭될수록 특정 인물보다 당시 상황에 포커스를 맞추며 더더욱 당황스럽게 다가오고 만다. 앞서 말했듯, 당시의 모습을 압축하는 과정이 불친절하게 느껴진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크게 이입할 수 있을 인물조차 점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니 관람을 조금 더 힘겹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달까. 그런 점에서 중반부 이후부터 한 편의 극영화가 아닌 한 편의 교육용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것도 프랑스 혁명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던 점이기도 한, 어디선가 한 번쯤은 접했던 배우들 각자의 안정적인 연기를 보는 재미는 나름 쏠쏠하기도 하며 그것이 마냥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프랑스 혁명의 전후 과정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알차게 담아낸 연출은 얕게나마 역사에 길이 남은 사건을 간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후 진행된 GV 시간에 박용덕 고수를 통해 들은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던 만큼,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영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높여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