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룸>

결국 방탈출이라는 소재는 하나의 곁가지로 전락해버리고..

by 뭅스타

19.03.13. @CGV평촌


지난 주 개봉작 한 편, 차주 개봉 예정작 한 편을 만난 오늘의 세번째 영화로 내일 정식개봉을 앞두고 전야개봉에 나선 <이스케이프 룸>을 관람하였다.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영화만이라도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가 열 편 중에 일곱 편 꼴로 그렇듯 좋은 소재를 후반부까지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아쉬움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조이, 벤, 제이슨 등 총 여섯 명의 남녀가 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방탈출 게임에 참여하며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나간다. 그들을 모은 초대자는 나타나지도 않은 채 예고도 없이 게임은 시작해버리고, 단순히 탈출만 하면 된다고 믿었던 게임이 목숨을 걸 만큼 위태로운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 참가자들은 어떻게든 살아서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인다.

movie_image5QTGJ5B6.jpg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장르의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폐쇄된 공간에 갇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선 기본적으로 <큐브>나 <쏘우>의 설정을 떠올리게 되며, 누군가의 통제 하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설정은 <캐빈 인 더 우즈>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언급한 세 편의 영화가 저마다의 확실한 개성을 갖추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끝끝내 이 영화만의 특별한 매력을 자아내지 못한다.

물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최소한 중반부까지의 전개는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섯 명의 인물이 방을 탈출하기 위해 합십하는 과정에서 인물들 저마다의 매력을 확실히 살려낸 점은 제법 인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여섯 개의 방 각각의 세트 디자인은 방탈출 게임이라는 설정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표현한 듯 보인다. 더불어 과연 누가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흥미와 긴장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movie_imageG4PO508H.jpg


하지만 영화는 중반부 이후 급격히 힘을 잃고 만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어느 순간부터 단서를 찾아서 시간 내에 방을 탈출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이 다소 옆길로 새버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제목부터가 <이스케이프 룸>인 영화가 인물들이 단서를 잘 찾아내서 무사히 방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를 통해 긴장을 자아내기 보다는 그 외 다른 설정들을 통해 전개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결국은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더불어 목숨이 걸린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는 해도 여섯 명의 인물들 중 누구에게도 쉽사리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도 없다는 것 역시 아쉽게 느껴지는데, 조금은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인물들의 행동은 어딘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펼쳐놓은 상황을 정리하는 후반부는 특히 아쉽기만 한데, 결국 영화를 보면서 갖게 되는 수많은 의문들 중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마니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찝찝한 뒷맛만을 남기고 만다.

movie_imageMW97Z4ET.jpg


북미 개봉 이후 제작비 대비 큰 수익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고 하지만, 펼쳐놓은 떡밥들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채 속편에서 풀어낼 것이라고 미뤄버리는 것은 그저 이 영화를 미완성의 작품에 남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당장 지난 달 2편이 개봉한 <해피 데스 데이>의 경우 1편의 의문을 속편에 이르러 해소시켜주면서도 1편이 독립적인 영화로써 충분히 개성있고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마무리는 안일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정리하자면 마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재미는 분명 안겨주지만, 방탈출 게임이라는 흔히 접하지 못한 소재를 메인에 내세운 것에 비해 그 소재 자체가 큰 흥미를 선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결국은 100분 간의 영화가 그저 속편을 위한 하나의 빅 픽처에 지나지 않았다는 당혹감을 물씬 안겨준 영화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속편이 나오면 속는 셈 치고 보러 갈 것 같기는 하지만, 왠지 속편이 나온다고 해서 이 영화보다 더욱 뛰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벌써부터 엄습하기도..








매거진의 이전글<원 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