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라는 소재를 가장 불쾌하고 불편하게 쓰는 방법.
19.03.22. @CGV평촌
2010년작 <아저씨>와 2014년작 <우는 남자>로 흥행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경험한 이정범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악질경찰>을 관람하였다. 시사회 이후의 후기부터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만큼 걱정이 앞섰던 이 영화는, 가히 그 모든 면에서 불쾌함을 넘어 환멸을 유발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특히 후반부에 언급할 어떤 부분에 관해서는 더더욱.
영화는 큰 돈을 벌 목적으로 범죄를 사주하는 악덕 경찰 필호가 예상치 못한 큰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사주를 받고 경찰 압수창고에 잠입한 기철이 사고를 당한 후 그가 빼돌린 돈을 챙기려던 필호는 우연히 불법 비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던 거대 기업과 얽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철과 만나던 고등학생 미나까지 중요한 인물로 떠오르면서 꼬일대로 꼬인 필호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펼쳐진다.
먼저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스토리는 포스터나 제목, 간단한 시놉시스를 보고 유추할 수 있던 스토리보다는 제법 참신하게 흘러간다. 도저히 정을 줄 수 없을 것 같은 악랄한 주인공이 그보다 더 악랄한 이들에 맞선다는 기본적인 설정이 마냥 특별하지 않은 것에 비해서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공 들인 티가 많이 나는 만큼 뻔한 결말을 향해가는 과정 과정들이 어쨌든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과는 별개로 납득이 되는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을 남긴다. 분명 철두철미해보이던 주인공 필호가 때때로 어설프게 접근해 위기를 맞는 과정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며, 태성기업의 오른팔 태주와 회장 이향이 비자금 의혹을 막고자 필호에게 접근하는 과정도 지극히 영화적이고, 지극히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장르 특성 상 감안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각종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것도 흥미를 유발하기 보다는 불쾌감만을 선사하고 만다. 마치 일 년동안 들을 욕을 두 시간 안에 다 듣게 해주겠다는 듯이 다양한 인물들의 입에서 텨져나오는 욕설들과 그들이 누군가에게 가하는 크고 작은 폭력은 제아무리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할지라도 그저 과하게만 느껴진다.
그 무엇보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기사를 통해 익히 알려졌든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첫 번째 상업영화이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4월 개봉작 <생일>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를 큰 주제로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전국민을 가슴 아프게 만든 그 사건을 그저 하나의 곁가지 소재로 활용할 뿐이다.
실제 사건을, 그것도 비통하고 슬픈 사건을 소재로 할 때는 꼭 그 소재를 써야만 했던 이유를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킬 뿐 아니라 그를 통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부터 장면 묘사까지 불쾌하고 비도덕적인 이 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소재는 굳이 실제 사건이 아닌 가상의 사건이었어도 아무 상관이 없을 정도로 얕게, 그리고 지극히 기계적으로 이용된다. 굳이 그 소재를 가져와서는 이를 제대로 풀어내지도 않으면서 때때로 그를 통해 감동을 자아내고자 하는 몇몇 시퀀스는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황당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뜬금없이 대구 지하철 참사를 끼워넣었던 <로봇, 소리>처럼 결국 영화 전체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만을 낳을 뿐이다.
장르적 재미를 어느 정도 선사한다는 점, 마냥 진부하지만은 않은 스토리로 흘러간다는 점 등은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는 하나 세월호 참사를 이런 식으로 활용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할 것 같다.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악질'이라는 단어가 주인공인 필호에게 더 어울릴지, 그 소재를 이렇게 소모적으로, 기계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그친 감독에게 더 어울릴지 고민하게 만들 따름이다. 한편,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어떤 PPL은 영화에 한정했을 때 가히 2004년에 개봉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최악의 PPL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