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보>

점점 신뢰를 잃게 되는 디즈니의 현 주소.

by 뭅스타

19.03.28. @CGV평촌


영화 시장을 장악하려고 작정한 듯한 디즈니가 내놓은 신작 <덤보>를 관람하였다. <알라딘>과 <라이온킹>으로 이어지는 디즈니의 2019년 실사화 프로젝트의 서막을 알릴 이 영화는, 더이상 디즈니라는 이름만으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낼 순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해줄 뿐이었다. 그저 얼마나 컴퓨터그래픽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만을 보여주는 최근의 디즈니 영화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또 한 편의 작품을 만난 듯한 기분이랄까.


영화는 전장에서 한쪽 팔을 잃고 서커스장으로 돌아온 홀트가 코끼리 훈련을 담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끼 코끼리로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단장 맥스는 몸집에 비해 큰 귀를 가진 새끼 코끼리를 보고 실망하게 되는데, 홀트의 두 자녀 조와 밀리가 아기 코끼리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덤보는 단숨에 괴짜에서 서커스단의 마스코트로 떠오른다. 한편, 사업가 반데비어가 큰 돈을 거머쥘 목적으로 덤보에게 접근하며 평화롭던 서커스단은 위기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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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영화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앞서 말했듯 CG로 재탄생한 덤보부터 눈을 사로잡은 화려한 영상미 등은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 그러했듯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그 부분에 온전히 빠질 수 없게 만드는 뚜렷한 단점들이 존재한다는 것.

먼저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단조롭고 전형적이다. 대략적인 인물 묘사와 상황 설명이 그려진 후 눈 깜짝할 새 본론으로 들어가는 영화는 다시 눈 깜짝할 새 절정에 치닫는데, 전반적인 스토리의 기승전결은 있지만 그 안의 과정에서 남다른 재미를 선사하지도, 특별히 깊이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지도 못한다. 전개가 진행되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은 훌쩍 흘러가지만 특별한 개성을 찾을 수 없는 무난한 전개는 내내 이렇다 할 감흥을 선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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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영화의 제목부터 <덤보>인 상황에서 영화 내에서 하늘을 나는 코끼리 덤보의 매력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아내를 떠나보낸 후 자녀들과 데면데면한 홀트 가족의 모습이나 욕망에 눈이 멀어 덤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반데비어와의 갈등 등 다양한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덤보는 그저 다른 캐릭터들의 심적 변화를 야기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그렇게 덤보의 활약을 기대한 영화에서 덤보라는 캐릭터는 부수적인 존재에 머물고 마니 예상치 못한 당혹감만을 안겨준다고 할까.

무엇보다 영화를 보며 찝찝하게 느껴지는 것은 덤보의 능력을 통해 떼돈을 벌고자 하는 반데비어와 홀트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메디치 서커스단의 입장이 크게 다를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낳는다는 점이다. 결국 어미와 떨어진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능력을 통해 큰 수입을 얻어 엄마와 만나게 하겠다는 두 자녀의 계획도 철저히 그들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결국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들이 인지하고 있든 인지하고 있지 않든 일종의 동물 학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 속에 맴돌게 된다. 뒤늦게 이를 인지하고 덤보와 어미가 만날 수 있게 노력하는 과정도 그저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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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도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에 따라 극과 극의 느낌을 선사하는데 콜린 파렐과 에바 그린의 경우 이전의 작품들에서 그들의 연기한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탓인지 역할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만, 반데비어를 소화한 마이클 키튼의 경우 영화 내내 조금은 과잉된 연기를 선보이는 탓에 어딘가 안 맞은 옷을 입은 듯한 인상을 안겨준다. 그 외에도 조단역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이 다소 튀기도, 어색하기도 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만다.

한때 디즈니 영화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은 신뢰가 쌓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부터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거쳐 이 영화까지 이어지는 디즈니의 최근 라인업은 확실히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을 낳는다. 더이상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훌륭히 살려냈다는 것을 넘는 더욱 뛰어난 개성과 매력을 안겨주기를 바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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