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틱>

생존 재난 영화의 재미, 혹은 생존 재난 영화의 클리셰.

by 뭅스타

19.03.29. @CGV용산


지난 해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부터 관심이 갔지만 시간이 안 맞아 정식 개봉해주기를 기다려야 했던 영화 <아틱>을 관람하였다. 제목 그대로 북극에서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이 영화는 살아남기 위한 한 남자의 투쟁을 잔잔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다. 어떠한 이유때문에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가 언젠가 구조될 것이라고 믿으며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던 도중 추락한 헬기 속에서 또다른 생존자를 만나 그녀와 함께 임시 기지를 향해 길고도 험한 여정을 떠난다는 것이 사실상 이 영화의 전부이다. 목숨만을 간신히 부지하고 있는 이름도 알 수 없고 거동조차 힘든 생존자이지만, 그녀를 만난 뒤 또다른 목표가 생긴 오버가드가 떠나는 험난한 사투는 그 자체로 고요한 긴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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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생존 재난 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어떠한 이유로 그곳에 고립되게 되었는지를 비롯한 전후 상황을 설명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이를 철저히 배제한 채 진행된다. 오버가드가 왜 북극에 혼자 남겨졌는지를 비롯한 그의 전사를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관객은 오직 구조를 기다리며 고군분투하는 처절한 한 남자의 사투를 보이는 그대로 지켜볼 뿐이다. 이렇게 인물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생략한 것은 결국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자리매김한다.

결국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왜 북극에 홀로 남겨졌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아는 것이라곤 이름뿐인 오버가드가 이름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또다른 생존자와 함께 매서운 추위가 감도는 북극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오직 지도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로 향하는 그 과정은 그 자체로 무척 인상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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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렇게 인물의 전사가 생략된 탓인지 혹은 연출의 아쉬움 탓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접해온 다른 재난 영화에서 느꼈던 특별한 감정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지나칠 정도로 단조로운 전개와 지나칠 정도로 잔잔한 분위기로 펼쳐지는 영화는 <그래비티>처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지도, <라이프 오브 파이>나 <127 시간>처럼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도의 긴장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그저 오프닝이 선사한 감흥을 마지막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가게 만들 뿐인 심심하고 밋밋한 영화를 만난 기분이랄까.

물론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오버가드가 생존자와 어떤 소통을 하는 과정이 선사하는 감동이 소소하면서도 나름 먹먹하게 다가오기는 한다. 임시 기지로 향하는 그의 여정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려 방해만 될 뿐인 이름 모를 생존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녀와 동행을 이어가는 오버가드의 행동은, 그 어떤 희망도 찾기 힘든 북극에서 그가 의지하고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향한 그의 처절한 몸부림이었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시퀀스가 안겨주는 제법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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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매즈 미켈슨의 활약이다. 오로지 그가 이끌어가고 오로지 그의 열연으로 지탱해가는 이 영화에서 매즈 미켈슨은 마치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오르게 할 만큼 처절하고도 눈물겨운 연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소화해낸다. 결국 조금은 심심하고 단조로운 이 영화에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오버가드라는 인물의 끈질긴 사투를 이입할 수 있는 것도 그가 보여준 강렬한 호연과 확실한 존재감때문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평범하게 느껴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숭고한 것인지를, 제아무리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값진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재난 영화가 갖춰야 할 메시지는 충분히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훌륭하고 이보다 뛰어난 재난 영화를 이미 많이 접한 상황에서 결국 배경과 인물 설정만 달리 할 뿐 이 영화만의 특별한 매력을 안겨주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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