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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Jul 16. 2019

<마담 싸이코>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

19.06.12. @CGV용산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영화 <마담 싸이코>를 시사회를 통해 2주 일찍 관람하게 되었다. <Greta>라는 원제가 <마담 싸이코>라는 제목으로 바뀐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자벨 위페르와 클로이 모레츠라는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로 관람한 이 영화는, 어떠한 면에서든 꽤나 모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좋은 재료들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스산한 클래식 음악이 깔리면서 흥미롭게 시작되는 영화는, 뉴욕에서 친구 에리카와 함께 살아가는 프랜시스가 지하철에서 주인 없는 핸드백을 주운 후 이를 혼자 살고 있는 중년의 여성 그레타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1년 전 엄마를 떠나보낸 슬픔에 잠겨 있던 자신을 친절히 대하는 그레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만, 머지 않아 그레타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서 프랜시스는 끝없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다 보고 나면 <마담 싸이코>라는 국내 제목이 마냥 이상한 번역은 아니었다는 걸 제대로 느끼게 되는 이 영화는, 프랜시스에게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그레타의 비정상적 행동들을 통해 전개 과정 내내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흥미를 자아낸다. 전반적인 스토리나 캐릭터 설정이 마냥 참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번쯤 가볍게 볼 만한, 일종의 킬링 타임 영화로써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전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스토커가 등장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대부분 이성 간의 집착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각각 엄마와 딸의 부재로 인해 외로워한다는 설정 하에 중년의 여성을 가해자로, 젊은 여성을 피해자로 설정한 것은 그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영화에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이자벨 위페르의 활약 역시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처럼 다가온다. 마치 <피아니스트>나 <엘르>에서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가 적절히 섞인 것처럼 보이는 이 영화의 그레타라는 인물은 이자벨 위페르의 소름 끼치는 연기를 통해 비로소 큰 매력을 자아낼 수 있던 것처럼 보인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굳이 이 역할을 이자벨 위페르가 해야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의 전반적인 면면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은 앞서 말했듯 영화가 일종의 장르물로써 접근하는 태도가 어딘가 모호하게 느껴진다는 것인데 긴박한 스릴러로 접근하기엔 큰 긴장감을 자아내는 데에 실패하고, 스타일 측면에 힘을 기울인 범죄물로 접근하기엔 꽤나 무난하게만 느껴지니, 결국 영화 속 스토리에 온전히 빠져들지 못한 채 한 걸음 물러나서 지켜보게 된다.


또한, 중간중간 클래식 음악을 활용해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효과적으로 느껴지나 관객을 놀래킬 수 있을 만한 장면장면들에서의 음향 연출은 마치 관객이 채 놀랄 준비를 하기도 전에 음향에 너무 과할 만큼 힘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튀는 듯한 인상을 선사한다. 더불어 인물들의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의 독특함과는 별개로 이야기 전개 과정이 굉장한 기시감을 자아내는 것도 아쉽게 느껴진다.

스토커 범죄의 형태는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자 한 것처럼 보이는 접근 방식이나 겁에 질린 피해자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쉽게 제공하지 않는 제도 문제에 대한 차가운 시각 등은 중간중간 상황이나 대사들을 통해 인상적으로 펼쳐지기는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전개 과정이 이야기에 오롯이 빠져들기엔 영 아쉽고도 단순하게 느껴지니, 꽤나 흥미로울 수 있는 소재나 나름대로 묵직한 주제 의식 등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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