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사라졌다>

독특한 소재를 차마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

by 뭅스타

설 연휴가 끝나고 잠시 쉬어가는 듯한 느낌이 강한 금주 개봉작 중 미리 본 <셰이프 오브 워터>에 이은 두 번째 영화로 누미 라파스 주연의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관람하였다. 의도치 않게 예고편을 보게 된 후 소재의 참신함에 호기심이 갔던 이 영화는 킬링 타임 영화로썬 그 역할을 제법 톡톡히 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물음표를 떠다니게 만드는 허술한 설정들은 물론 아쉬움으로 남지만.

영화는 인류 과잉으로 자원이 부족해지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1가구에 1자녀만을 허용하는 이른바 '아동 제한법'이 시행되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딸이 일곱 쌍둥이를 낳고 세상을 떠나자 그 손녀들을 몰래 키우고자 한 테렌스는 그들 각각에게 요일에 해당하는 이름을 붙이고 이름에 맞는 요일에만 외출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한다. 이렇게 엄격한 규칙 속에서 30년간 요원들의 눈을 피한 채 별 탈 없이 지내온 일곱 자매는 어느 날 갑자기 먼데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급격히 위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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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 자녀만이 허락된 세상에 태어난 일곱 쌍둥이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을 꽤나 잘 활용하고 있다. 집 안에서는 각자의 방식에 따라 지내다가도 집 밖에선 똑같은 가발을 쓰고 똑같은 화장을 한 채 카렌 세맨이라는 하나의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일곱 쌍둥이가 매일매일 그들이 밖에서 무엇을 했는지 공유하고, 각각의 요일에 맞게 질서 있게 생활함으로써 30년 간 외부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다는 설정이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펼쳐지는 초반부는 제법 흥미롭게 진행된다.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는 중반부 역시 빠른 전개와 현란한 액션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각자의 특색이 두드러지는 일곱 쌍둥이 개개인의 성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은 독특한 소재를 단순히 그 자체로 소모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특별한 무언가를 해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렇게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은 제각각인 일곱 쌍둥이를 연기하며 액션까지 호기롭게 소화해낸 누미 라파스의 활약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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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독특한 발상과 이를 지탱해주는 누미 라파스의 연기에도 불구 군데군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설정 상의 허술함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스케일 큰 액션 시퀀스가 펼쳐지는 중반부에서 일곱 자매를 처치하려는 요원들이 그들의 거주지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그곳으로 침입하지는 않는 부분이나, 그들의 집을 방문한 뜻밖의 손님 아드리안의 직업적 특성을 마치 그가 올 것을 알고 있던 것 마냥 활용하는 부분은 영 찝찝하게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허술함은 대체 언제 어떻게 화장을 하고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후반부에 이르러 정점에 달하고 만다.

특히 나름의 반전 아닌 반전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그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보단 <다이버전트>나 <더 기버> 등 중년의 여성이 절대 권력자로 등장했던 여타 SF영화의 전개와 상당 부분 흡사하게 느껴져 급격히 힘을 잃고만 만다. 더불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제야 대선 출마를 꿈꾸고 있는 케이먼이 30년 전 제안한 법안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을까 하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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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저 영화를 흘러가는 그대로 즐기고 따라가느냐, 혹은 그 사이사이에 드러나는 허점을 차마 무시할 수 없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아쉽게도 나에겐 그 허점이 그저 가볍게 넘어가기엔 너무나도 허술하고 황당하게 느껴졌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그럼에도 인류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세운 영화로써 직전에 개봉한 <다운사이징>보다는 여러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작품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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